등록 : 2005.01.06 22:06
수정 : 2005.01.06 22:06
“전철, 버스, 택시를 타고 3시간만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못다핀 꽃’이라는 동상이었어요. (중략) 짧은 영상물을 보면서 (할머니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런 날을 보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꾹 참았습니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에 최근 인천 부평여고 학생들이 보낸 편지의 일부다. 이 학교 학생 8명은 두 달전 나눔의 집을 찾아와 할머니들과 ‘눈물과 희망’을 나눴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전문요양시설 건립에 써달라며 빵을 팔아 모은 돈 19만1300원을 내놓고 돌아간 뒤 이 편지를 보내왔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요양시설을 짓기 위한 시민들의 기부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나눔의 집은 지난 2002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 50명이 함께 살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요양시설을 짓기 위해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로 1억8천만원이 모였고, 그 돈으로 나눔의 집 바로 뒤쪽에 693평의 터를 샀다. 이 시설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면 여성 피난처와 노인 요양시설로 바뀔 예정이다.
지난 3일 나눔의 집 기부금 통장에는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책을 팔아 모은 1천만원이 입급됐다. 지난 연말에는 서울 국악고 학생들이 찾아와 공연과 함께 50만원을 전달했고, 서울 경복여고와 하남고, 이우학교, 풍덕고 학생 등도 조용히 성금을 보내왔다. 특히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5년 동안 모은 저금통을 털어 9만6천원을 보내와 할머니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우엔지니어링은 수년째 후원금을 보내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기업은행 노조와 경기 광주지역 레미콘생산 업체인 ㈜세진산업개발 등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일본인들이 피해할머니들의 증언집회에 참석한 뒤 5만엔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이들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모은 돈은 6천여만원에 불과해 1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안신권(43) 나눔의 집 사무국장은 “전국에 생존한 128명의 위안부 피해자의 상당수가 홀몸으로 치매·중풍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스런 삶을 살아온 이들이 여생이라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031)768-0064. 광주/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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