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6 22:11
수정 : 2005.01.06 22:11
전희구 노원구청 복지국장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찾아가는 내용의 책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전희구(60) 서울시 노원구청 생활복지국장이다. 전 국장은 최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반세기 동안 벌여온 그의 여정을 담은 <피어오를 새날>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전 국장의 아버지는 지난 1950년 부산지역 한 신문사 편집부 차장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끌려간 뒤 소식이 두절됐다. 그때 전씨는 일곱 살이었다. 아버지의 행방이 불분명해진 뒤 어린 두 동생은 병으로 죽었고, 어머니와는 생이별해야 했다.
전 국장은 68년 군복무 시절 휴가를 내 아버지와 함께 끌려간 직장 동료 2명을 만나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들은 입을 다문 채 세상을 떠났다. 그 뒤 그는 부산의 언론인들을 모두 찾아다니다시피 돌아다녔다.
그러던 지난 97년 8월, 그는 한 언론인으로부터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듣게 됐다. 보도연맹에 가입된 한 기자가 경찰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다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대며 “모두 좌익계 문화단체원”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거짓진술한 이름들 가운데 들어있던 전 국장의 아버지도 경상남도 경찰국 분실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결국 숨졌다. 시신은 공동묘지 어딘가에 버려졌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나, 정확한 위치는 찾아내지 못했다. 전 국장은 “아버지 죽음의 진상은 밝혀냈으나, 유골을 수습하지 못해 명예라도 회복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전 국장은 오는 6월 공직을 떠나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책은 죽은 제 아버지를 위한 ‘씻김굿’입니다. 앞으로 이 땅에서 더 이상 제 아버지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