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22 17:49 수정 : 2005.03.22 17:49

뉴턴은 태양계의 행성운동이나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 모두를 아우르는 만유인력의 보편법칙으로 중력을 설명해 근대 과학혁명을 이끌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력에서 시간의 의미를 발견했으며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사실을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규명했다.

이는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의 개념이었다. 이전에 생각하던 시공간은 평평한 종이와도 같으며 이 종이를 지나는 빛은 오직 직선을 따라 똑바로 움직일 뿐이었다. 하지만 중력으로 굽어진 곡면 위에서는 빛도 굽어지며 이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시공간이 굽어진다’는 개념은 실제 몇가지 사실로 밝혀졌다. 그 하나는 빛이 태양 주변에서 굽어지는 현상을 관측한 것이다. 일반 상대론이 발표된 지 3년 뒤인 1919년 영국 과학자인 에딩턴이 이끄는 과학원정대가 관측해 측정한 일식 관측자료에서 별빛이 휘어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밤에 보이는 별의 위치와 태양 뒤에 가려지는 낮의 별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일식 순간에 정확히 측정 비교함으로써 일반상대론이 입증됐다.

또 하나의 증거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의 회전축이 해마다 약간 비틀어지는 정도를 이전 이론으로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설명해냈다.

다른 하나는 중력에 의해 벌어지는 시간의 지연 현상이다. 중력이 클수록 시간은 늘어난다. 예컨대 높은 상공에 있는 인공위성의 시간은 더 큰 중력을 받는 지상의 시간보다 빨리 돌아간다. 이 때문에 지구 위치확인 시스템(GPS)은 이런 중력 차이에 따른 시간 차이를 보정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것은 아인슈타인 이론의 덕분이다.

무거운 물체의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굽는 극단적인 사례는 바로 ‘블랙홀’이나 ‘웜홀’이다. 블랙홀은 아주 큰 별이 일생을 살다가 스스로 수축해 한 점으로 오그라들어 버린 것을 말한다. 그러면 아주 좁은 영역에서 강한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주위의 시공간을 심하게 구부려서 빛마저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잡아먹기만 하고 빛마저도 나오지 못하는 검은 구멍과도 같은 것이 블랙홀이다. 최근 관측결과들은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이 아주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적용한 것이 ‘화이트홀’이다. 블랙홀과 반대로 모든 것을 내어 놓기만 하는 천체인데 아주 불안정하기 때문에 존재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서로 연결한 것이 웜홀이다. 처음에 소개되었을 때에는 이 또한 불안정해서 관심이 적었으나 최근에는 여러 방식으로 웜홀이 연구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라 상상할 수 있는 이들의 존재 여부는 앞으로 더 밝혀야 할 숙제이다.

시공간이 중력에 의해 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무대에 불과했던 시공간이 이제는 배우가 되어 과학과 자연의 무대에서 역동적으로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새로운 사고는 인간한테 시공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 sungwon@ewha.ac.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