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12 20:59
수정 : 2012.03.1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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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관령에 있는 기상청 구름물리선도관측센터에서 지난 9일 국립기상연구소 연구원들이 연소탄을 태워 연기를 하늘로 날려보내며 인공증설 연구를 하고 있다. 구름물리선도관측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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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지역 2월 강설량 줄고
비오는 횟수 갈수록 늘어
기상청 구름물리선도관측센터
인공증설 연구에 구슬땀
다목적 기상항공기 도입 추진
“2018년엔 선진국 따라잡겠다”
2018년 2월9~25일 열리는 평창겨울올림픽 때 비가 온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년간 2월의 강설량이 10.8㎝나 줄어든 대관령 지역의 눈은 인공제설기로 보충한다지만 쌓인 눈을 녹여버리는 비에는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2월에 평창 지역에 비가 온 경우는 지난 10년 동안 22회에 이른다. 2009년 2월13일에는 평균기온이 10.5도까지 치오르면서 18.5㎜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 산하 구름물리선도관측센터는 이런 비상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인공증우 및 증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관령 지역에 눈발이 날리던 지난 9일 오전 옛 대관령 휴게소 근방에 자리한 구름물리선도관측센터 앞마당에서는 인공증설 실험이 펼쳐졌다. 3m 높이의 거치대 위에 설치된 연소탄에 불이 붙자 불꽃과 함께 노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진 지 20여분이 지나자 스산한 분위기를 만들던 뿌연 안개가 서서히 사라졌다.
이날 실험을 주도한 이철규 국립기상연구소 기상연구관은 “바람 방향과 세기, 전방산란스펙트로미터 등 관측 장비의 측정값 등을 종합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맨눈으로 이 정도 관찰이 됐다면 연소탄 때문에 물방울들이 맺혀 땅에 떨어지면서 안개가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름물리선도관측센터는 2008년부터 본격적인 인공증우(설) 항공실험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19차례의 실험을 해 8번 성공했다. 인공증우(설)는 응결핵 또는 빙정핵이 적어 구름방울이 빗방울로 자라지 못하는 구름에 인위적으로 응결핵이나 빙정핵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름씨를 뿌려 원하는 곳에 비나 눈이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방식은 구름의 상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가 쓰인다. 구름 속 기온이 0.5도 이하이고 풍속이 초당 10m 미만인 차가운 구름일 때는 요오드화은(AgI)으로 구름씨를 만들어 주변의 얼음들이 모여들면서 떨어지게 만든다. 기온이 0도 이상이고 수분이 많은 따뜻한 구름일 때는 염화칼슘(CaCl₂)을 뿌려 주위의 물방울들과 충돌하면서 큰 입자가 생성돼 비로 내리게 한다. 요오드화은을 썼을 때는 실험 뒤 15분~2시간 안에, 염화칼슘을 썼을 때는 1~4시간 안에 빗물을 검출해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지금까지 가장 성과가 좋았던 실험은 2010년 4월23일 서울 근처에서 염화칼슘을 사용했던 경우로 2시간40분 동안 1.5㎜의 비가 내린 것이 관찰됐다. 같은해 3월7일 강원 용평에서 요오드화은을 썼을 때는 40분 동안 1㎝의 눈이 내렸다. 현재의 실험성공률 40%는 평창올림픽 경기장으로 향하는 비구름을 성공적으로 없애기에 부족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보강되고 안정적인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면 2018년까지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철규 연구관은 말했다. 현재 미국 국립대기연구소(NCAR)의 성공률은 65%이다.
최영진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장은 “그동안 소형 항공기를 임대해 연구하느라 비용문제 등 제한이 많았는데 기상청에 다목적 기상항공기가 도입되면 인공증우(설) 실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12일 20인승 규모의 다목적 기상항공기를 2015년까지 192억원을 들여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기에는 구름물리 관측 및 기상조절용 장비 등이 설치돼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증우(설) 실험에 투입된다.
대관령/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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