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6 05:01
수정 : 2020.01.0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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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정오께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자유시장 입구에 ‘DMZ관광 돼지열병으로 잠정중지’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이 시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지난해 10월부터 디엠제트 관광이 중단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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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자유시장 르포]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땅굴 연계관광’ 중단
상가 매출 반토막…영세상인들 임대료 못내
주민 “군인·농민도 출입하는데 관광만 금지”
정부 ‘멧돼지 다 잡은 뒤 재개방 검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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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정오께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자유시장 입구에 ‘DMZ관광 돼지열병으로 잠정중지’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이 시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지난해 10월부터 디엠제트 관광이 중단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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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낮 경기도 파주 문산자유시장. ‘디엠제트(DMZ) 관광 돼지열병으로 잠정중지’라는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상가는 절반 가량이 문을 열지 않아 찬바람만 감돌았다. 옷가게와 식당 앞에는 ‘옷 구매시 땅굴관광 무료’, ‘디엠제트 땅굴관광 특별메뉴’ 따위의 광고가 붙어 있었지만, 손님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가끔 디엠제트 관광 중단 사실을 모르고 찾아온 외지인이 보였으나, 이내 실망스럽게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관광을 전면 중단하면서 디엠제트 관광에 기대어 사는 민통선 마을과 문산 재래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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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한 손님을 대상으로 디엠제트 땅굴 관광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해 인기를 끌어온 경기 파주시 문산자유시장이 정부의 디엠제트 관광 중단 조처로 손님이 찾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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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상인 108명으로 꾸려진 문산자유시장은 2015년 4월부터 파주시가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으로 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제3땅굴과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통일촌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버스를 하루 3차례씩 무료 운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시장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2만명 등 지난 4년여 동안 5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내·외국인 관광객이 하루 100명 이상 꾸준히 찾자 파주시는 지난해 관광버스 운행을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상가의 매출도 20~30%가량 덩달아 뛰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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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한 손님을 대상으로 디엠제트 땅굴 관광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해 인기를 끌어온 경기 파주시 문산자유시장이 정부의 디엠제트 관광 중단 조처로 손님이 찾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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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한 손님을 대상으로 디엠제트 땅굴 관광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해 인기를 끌어온 경기 파주시 문산자유시장이 정부의 디엠제트 관광 중단 조처로 손님이 찾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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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9월 파주 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2일부터 디엠제트 관광을 중단하고 파주, 연천, 김포 등 접경지역의 집돼지를 모두 살처분했다. 때문에 관광 중단 조처는 곧 풀릴 듯 했다. 하지만, 디엠제트 주변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이 조처는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다.
황규숙(57) 문산자유시장 사무장은 “경기가 안좋은데다 인근 파주 엘지디스플레이의 감원 여파 등이 겹쳐 작년 이맘때와 견주면 상가 평균 매출이 40%가량 줄었다. 임대료를 못내는 상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24년째 식당을 해온 손만봉(90)씨는 “관광 성수기에는 하루 50만원어치 이상 팔았는데 지금은 10만원어치도 못팔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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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한 손님을 대상으로 디엠제트 땅굴 관광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해 인기를 끌어온 경기 파주시 문산자유시장이 정부의 디엠제트 관광 중단 조처로 손님이 찾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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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정부의 관광 금지 조처를 이해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김영하(75) 이 시장 상인회장은 “군인과 농부 수천명은 민통선을 자유롭게 출입하는데 콘크리트 위로만 다니는 관광객만 금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와 국회의원,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통일부 등 안찾아간 곳이 없지만 무작정 기다리라고 한다. 서민들은 죽어가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일촌 마을 식당과 여행사, 중소기업 등 디엠제트 관광 관련 종사자들도 생존 위기는 마찬가지다.
장단콩초콜릿과 관광 기념품을 만들어 통일촌 등에 납품해온 사회적기업 겸 여성기업인 ‘디엠제트 드림푸드’의 공지예(46) 대표는 성수기인 10~11월 공장 가동도 멈췄고 임대료도 못내고 있다. 대출까지 받아 근근이 직원 월급을 주는데 8명 중 2명이 퇴사했다. 돼지농가는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도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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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문산자유시장 안에 1일 디엠제트 땅굴 관광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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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마을 이장단·청년회와 장단콩마을 식당, 문산자유시장 상인회, 임진각 상인회, 도라산역 기념품 매장, 디엠제트관광 여행사 등으로 꾸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상황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임진각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에 조속한 관광 재개와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달 8일부터 매주 수요일 통일대교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안승면 파주시 관광과장은 “중앙부처에 관광 재개를 계속 건의하고 있는데, 정부가 울타리를 치고 멧돼지를 다 잡은 뒤에 재개방을 검토하겠다고 해 언제 관광이 재개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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