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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하씨 대자보 전문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난 4월, 평등을 혐오하는 이들로 인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세번재 시도가 좌절됐습니다. 9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한국 최초로 공개적인 동성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무대에 오물이 뿌려지는 등의 방해가 있었지만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당당하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 이들의 혼인신고는 거부됐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교과서가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찬반 논쟁’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대체 이게 나랑, 이 시국이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하지만 오히려 그를 알기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기꺼워하시든 못마땅해 하시든, 여러분과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살아가는, 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시국의 또 한 단면입니다. 그래요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이고 양성애자입니다. 여성입니다. 88만원 세대입니다. 대학생입니다. 노동자 계급을 물려받은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또 어떤 이름으로 저를 부를 수 있을까요? 일일이 나열을 하자면 끝이 없겠지요. 저만이 아니라 여러분 모두 무수히 많은 다름으로 불리며 오늘을 살고 계실겁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에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일상적인, 여성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젊은 세대를 봉으로 취급하는, 대학생이 학문이 아닌 취업에 열중하기를 강요하는 게 오늘날의 한국사회입니다. 제가 어느 이름으로 불려야 안녕하겠습니까. 어던 이가 우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안녕들하시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안도하고,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일에 익숙해져가는, 우리 모두는 안녕한가요. 공감하기를 포기하라고 자꾸만 강요하는 야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안녕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당장 여러분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나가 짱돌 던지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안녕들 하십니까’ 하고 묻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바로 옆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이름을 불러주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외로운 곳이 되어갈수록, 오히려 우리가 함께 안녕해지는 길은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봐주세요. 안녕하십니까. 눈내린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과학부 강은하.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난 4월, 평등을 혐오하는 이들로 인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세번재 시도가 좌절됐습니다. 9월,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한국 최초로 공개적인 동성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무대에 오물이 뿌려지는 등의 방해가 있었지만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당당하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 이들의 혼인신고는 거부됐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교과서가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찬반 논쟁’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대체 이게 나랑, 이 시국이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하지만 오히려 그를 알기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기꺼워하시든 못마땅해 하시든, 여러분과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살아가는, 저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시국의 또 한 단면입니다. 그래요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이고 양성애자입니다. 여성입니다. 88만원 세대입니다. 대학생입니다. 노동자 계급을 물려받은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또 어떤 이름으로 저를 부를 수 있을까요? 일일이 나열을 하자면 끝이 없겠지요. 저만이 아니라 여러분 모두 무수히 많은 다름으로 불리며 오늘을 살고 계실겁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에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일상적인, 여성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젊은 세대를 봉으로 취급하는, 대학생이 학문이 아닌 취업에 열중하기를 강요하는 게 오늘날의 한국사회입니다. 제가 어느 이름으로 불려야 안녕하겠습니까. 어던 이가 우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안녕들하시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안도하고,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일에 익숙해져가는, 우리 모두는 안녕한가요. 공감하기를 포기하라고 자꾸만 강요하는 야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안녕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당장 여러분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나가 짱돌 던지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안녕들 하십니까’ 하고 묻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바로 옆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이름을 불러주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외로운 곳이 되어갈수록, 오히려 우리가 함께 안녕해지는 길은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봐주세요. 안녕하십니까. 눈내린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과학부 강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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