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10 19:21
수정 : 2014.01.20 15:59
스피드스케이팅 여 500m ‘세계신’
월드컵 1차대회서 36초74 기록
체중 줄고 근육 늘어 출발 빨라져
10개월새 36초90·36초80 ‘광속돌파’
소치올림픽 앞두고 2연패 청신호
0.06초, 또 당겼다.
‘빙속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10일(한국시각)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74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세계기록을 다시 썼다. 1월 같은 곳에서 열린 2012~2013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세운 36초80의 세계기록을 10개월 만에 0.06초 단축했다. 0.06초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초단거리인 500m에서는 1월에 비해 81.5㎝를 더 나아간 것과 같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보다는 1.21초나 줄였다. ‘세계기록 제조기’ 이상화의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 전망도 더 밝아졌다. 1월 ‘마의 벽’인 36초90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래 아직 어떤 여자선수도 500m에서 36초90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독주하고 있다.
이상화의 기록 행진의 비결은 몸을 더 가볍고, 더 강하고, 더 오래가게 다지면서 단거리에 최적화시킨 것이다. 이상화는 지난달 30일 시즌 월드컵 개막에 앞서 “체중은 5㎏가량 감량하고 근육량은 늘렸다”고 말했다. 가벼워진 몸에 더 강한 추진력을 얻으면서 단점인 초반 스타트를 장점으로 바꿨다. 지난 시즌 8차례의 월드컵 레이스에서 1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초반 100m에서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1000m 종목도 꾸준히 연마하며 장점인 막판 스퍼트를 더 강화했다. 체중 감량으로 체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1000m에서 얻은 완급 조절과 스케이팅 기술로 이를 극복했다.
케빈 오벌랜드(캐나다) 코치는 이상화의 정신력을 강점으로 꼽는다. 2010년 올림픽 정상 등극 뒤 슬럼프에 빠졌지만 스스로 회복했다. 이상화는 “상에 대한 욕심이나 뭔가를 얻기 위해서 해온 게 아니다. 지난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 스케이팅의 완성을 향해 달리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더 성장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전성기의 예니 볼프(34·독일)를 처음으로 꺾으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이상화는 이후 볼프, 중국의 위징(28)과 왕베이싱(28)과 경쟁하며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모조리 따돌렸다. 올 시즌 개막 전에는 “밴쿠버 대회 때보다 레벨이 한 단계 오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기록 단축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상화의 현재 기량으로는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1994년)와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르메이 돈(1998·2002년)이다. 이상화의 경쟁자인 독일의 볼프는 이날 월드컵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에게 뒤지며 2위(37초18)로 들어왔다.
쇼트트랙 심석희, 9개대회 연속 금
한편 이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차세대 여왕’ 심석희(16·세화여고)가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0초03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3개 대회 연속 정상 정복이자 지난 시즌 6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것을 포함해 9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이다. 지난 시즌 성인 무대에 올라온 심석희는 데뷔 이래 단 한번도 월드컵 대회에서 시상대를 놓친 적이 없다. 주력 종목인 1500m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차 대회가 유일하다. 한국은 밴쿠버올림픽 때 여자 쇼트트랙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지만 심석희의 등장으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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