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8 20:13
수정 : 2014.04.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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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선박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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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재난대응시스템 허점투성이
상황 오판·초기대응 부실에
청와대-부처 업무 혼선 닮은꼴
“구조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휘체계도 잡혀 있지 않은 모습이 천안함 사고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정부가 4년 전 실수를 반복하는 데 분노가 치밀어 잠이 오지 않는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고로 숨진 최정환 상사의 자형 이정국씨는 18일 “정부가 죄인”이라며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천안함 장병 유족들이 해난사고 대응구조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간곡하게 건의했는데도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과거보다 훨씬 못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정부는 천안함 사고 때 이명박 정부가 범한 혼선과 오류를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다. 2011년 3월 정부가 펴낸 ‘천안함 백서’는 “최초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상황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응 조치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백서’는 △사건 발생 시각을 수차례 변경하여 발표함으로써 혼란과 불신을 야기했고 △합동참모본부를 중심으로 가동되는 군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초기 대응도 미흡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18일 저녁 승선자 수와 구조자 수를 476명, 174명으로 수정 발표하는 등 사흘 동안 승선자와 구조자 수를 수시로 변경해 불신과 혼란을 초래했다. 정부는 사고 첫날인 16일 구조 인원을 161명(오전 11시30분), 179명(낮 12시30분), 368명(오후 1시), 164명(오후 4시30분) 등 200명 이상 변경해 논란을 불렀다.
안전행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승객 대부분을 구조해 세월호 사고가 원만하게 수습될 것’이라고 초기 상황을 오판해, 구조 인력과 장비 투입 등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천안함 백서’는 “생존자 구조를 위한 탐색 구조 및 인양 작전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해군 구조함 등 해군 탐색구조전력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번 세월호 사고 때도 해군 구조함은 선체가 완전히 전복된 이후인 17일 새벽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또 ‘천안함 백서’는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 노력이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국방부, 합참, 해군본부, 현장까지 수직체계는 물론 대통령실·정부부처·각 군간 횡적 협조체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소방방재청 등과의 유기적 협조체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범정부 차원의 통합 노력과, 청와대와 부처가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첫날인 16일 내내 정부 부처끼리 업무 혼선을 빚다 이날 밤 10시20분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어 정부 부처별 임무와 역할을 뒤늦게 확정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허점투성이 재난대응 시스템을 두고 4년 전 천안함 사고의 교훈을 잊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안보는 안전보장의 준말이므로 안보의 기본은 국민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위기관리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연합뉴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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