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4.18 20:20 수정 : 2014.04.19 16:00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17일 오후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서 2차 소환조사를 받은 뒤 경찰과 이동하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세월호 승무원 인터뷰
“배 기울고 컨테이너 와르르
그런데 ‘자리 지키라’ 지시만”

그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18일 오전 전남 진도 한국병원에서 만난 세월호 승무원 강아무개(32)씨는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했다. 그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안내방송을 했지만, 탈출 안내방송을 하라는 지시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사고 당시 여객선 3층 중앙 안내소 사무실에 있던 강씨는 오전 8시50분께 이상 징후를 느꼈다. “처음에는 배가 선회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55분부터 급격하게 기우는 느낌을 받았고 9시께 안내방송을 했어요.” 강씨는 승객 안내와 시설물 안내, 편의점 업무 등의 일을 담당했다.

강씨는 구조되기 전까지 모두 6차례 안내방송을 했다. 오전 9시15분께 사무장의 지시를 받고 “자기 자리를 지켜달라”는 안내방송을 다시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배는 이미 50도 이상 기울었고, 바다 위에는 배에서 쏟아져 내린 컨테이너 박스가 떠다녔다. 주변에 다른 배는 보이지 않았다. 강씨는 9시20분께 경찰에 신고했고, 해경으로부터 “구명정과 인근 배들이 구조하러 가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강씨는 9시30분께 한 차례 더 안내방송을 하라는 상급자 지시에 따라 “모두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멘트를 내보냈다. 10시에 선체 내부로 물이 들어올 때까지 그는 “구명조끼를 입으라. 구명정이 오고 있다고 한다”는 안내방송을 5~10분 간격으로 3차례 더 했다. 이때는 이미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일부 승무원들이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었다.

‘사무부서’ 소속인 강씨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항해부서’의 지시를 받는다고 했다. 항해부서는 조타실에서 일하는 선장과 1·2·3급 조타수가 속해 있다. “9시부터 무전이 정신없이 오고갔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도 (조타실 쪽에서) 자기 할 말만 했다. 무전 소통이 잘 안 됐다. 결국 조타실의 지시를 받은 사무장이 안내방송을 하라고 해서 ‘제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탈출이 필요했던 긴급한 순간에 조타실의 잘못된 판단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강씨는 10시께부터 편의점 벽에 의자를 쌓아 4층으로 학생 20~30명을 올려 보냈다. 아래층에서 학생이나 일반 승객을 올려 보내면 사람들이 위에서 끌어올리는 식이었다. 4층으로 올라온 박씨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물살에 떠밀린 뒤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신 강씨는 폐부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