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8 20:22
수정 : 2014.04.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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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사흘째인 18일 오전 대책본부가 차려진 전남 진도군 진도읍 동외리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링거 주사를 맞고 있다. 진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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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구조작업 상황에 신경 곤두서
선체진입 소식에 실낱 기대
시간 지날수록 탈진한 이들 속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에도 전남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지키며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렸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추가로 주검 3구가 발견되고, 오후 들어서는 세월호 뱃머리가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소식에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곧이어 잠수요원들이 선체 진입에 성공하고 내부로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희망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18일은 생존자 구조의 ‘마지노선’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아이들이 다 죽는다”는 학부모들의 외침은 전날보다 더 다급해졌다. 비바람이 부는 팽목항에서 밤을 지낸 가족들은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현장에 나타나자 “소극적으로 잠수부를 투입하고 있다. 현장 정보 제공도 너무 부실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1분 1초가 급하다. 노력하겠다는 말은 필요 없다. 공인된 민간 잠수부들에게 지원 요청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구급차 20여대가 팽목항에 나타나 대기하자 “아이들은 살아 올 것이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것이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구급차를 주검 수습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를 향한 불만도 쏟아졌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도 믿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한 나머지 국민들께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려 한다”며,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전원 구출이라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을 보러 이곳에 도착했지만 실상은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들은 정부의 공식발표에 대해서도 총체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민간 잠수부를 동원해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배도 못 띄우게 하고 진입도 막았다. 구조 인원과 장비도 정부 발표보다 적었다”고 주장했다.
진도체육관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박아무개(40)씨는 “정부는 말로만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 말만 듣고 있으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해경의 구조 상황 발표를 지켜보던 정아무개(42)씨는 “정확한 구조 상황을 알려주기보다는 해경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탈진하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체육관으로 사망자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실신하는 가족들이 목격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경찰선 4대에 달린 카메라가 전송해온 사고 해역 상황을 보여주는 대형 텔레비전 화면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지친 듯 체육관에 깔린 돗자리 위에 누워 있는 이들이 많았다. 링거 주사액을 걸어둔 옷걸이가 곳곳에서 보였다.
진도/박승헌 최우리 박기용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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