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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0 20:57 수정 : 2014.04.20 22:37

‘특가법 도주선박’ 적용놓고 논란

‘남의 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뺑소니범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자기 차를 버리고 간 운전자를 처벌한다?’

검찰이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도주선박 혐의 등으로 구속하면서, 이런 혐의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따지면 과연 이 혐의에 유죄가 인정될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검찰이 이번에 처음 적용한 특가법의 ‘도주선박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은 지난해 4월 김승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해 신설됐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서에서 “선박 충돌사고 발생 후 인명과 선박에 대한 즉각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현재 도주 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밝혔다.

‘해상 교통사고의 뺑소니 엄벌’이 입법 취지라는 얘기다. 해당 조문은 뺑소니 선장 또는 선원에게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법은 두달 만에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0월31일부터 시행됐다. 해양경찰청 자료를 보면, 2008~2012년 선박 충돌 사고가 1072건 발생했는데, 가해 선박이 달아난 경우가 60건이었다. 37건의 가해자는 검거됐으나 나머지는 끝내 잡지 못했다. 이런 해상 뺑소니 사고의 피해는 사망·실종 25명, 부상 8명, 선박 침몰·파손 58건에 이르렀다.

승무원이 피해자 구호 않고 도주땐
무기 또는 징역 5년이상 처벌 규정

“법조문만 보면 적용 가능”
“입법 취지엔 안 맞아” 견해 엇갈려

이준석 선장 행위 ‘도주’인지 여부
‘운항 과실’ 따른 사고인지가 쟁점

해상 뺑소니 처벌 조항이라지만, 법조문을 보면 이번 사고에도 적용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조항은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죄를 범한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이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가중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조 대상을 상대방 배 탑승자로만 한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우선 이 선장의 행위를 ‘도주’로 볼 수 있는지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20일 “해상 교통사고에서는 ‘도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육상 교통사고에서는 (뺑소니로 처벌하려면) 가해자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자신의 신원도 숨겨야 한다. 육상 교통사고의 도주 개념을 적용하더라도 이 선장이 구호는 하지 않았지만 도주까지 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법령 확대해석 금지,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형사법 원칙 등도 적용 불가론에 힘을 싣는다. 이 판사는 “입법 취지가 뺑소니 사고 방지에 있다는 점도 법원에서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이런 문제 때문에 영장 청구 직전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선장이 구조선을 탈 때 선장이라고 밝히지 않았고, 육상에 와서야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판례를 보면, 음주운전자가 사고를 내고 혼수상태에 빠진 동승자를 버리고 도망간 뒤 자신이 운전하지 않은 척 신고를 한 경우 운전자에게 뺑소니 혐의가 인정됐다. 법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교통으로 인하여’라는 대목도 쟁점이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이 문구는 운항상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기계적 결함이나 자연재해가 사고 원인이면 안 된다. 그런데 운항상 과실로 인한 해상 사고는 전체 사고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로서는 사고 원인이 ‘운항상 과실’이고 이 선장의 행위가 ‘도주’임을 모두 입증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세월호 사고 같은 대형 사고를 낸 책임자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법원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형량을 늘리면 전체 양형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만큼,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에서 일부 행위의 형량을 높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박법이나 수난구호법의 처벌 수위를 높이면 된다”고 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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