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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2 02:01 수정 : 2014.04.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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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드러난 제주관제센터 교신

출발부터 제주VTS로 채널 고정
진도VTS는 진입 알고도 방조
“늘 다니는 여객선이라 묵인한 듯”

세월호가 법으로 정한 해상교통관제 통신채널을 무시한 채 채널 사용을 자의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제주 관제센터가 처음 신고를 접하고 사고 해역을 관할하는 진도 관제센터로 상황을 전달하기까지 초반 12분이 허공에 떴다.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21일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세월호는 관제센터와 교신하는 초단파무선통신(VHF) 기기를 3대 보유하고 있다. 각각 전세계 공용 채널인 16번, 진도 관제센터 전용 채널 67번, 제주 관제센터 전용 채널 12번에 맞춰져 있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인천 출항 시점부터 16번과 67번은 꺼놓고 12번만 켜놓고 운항했다”고 했다. 제주 관제센터 쪽 통신망만 열어 놓았다는 설명이다. 제주까지 가는 항로에서 관제센터 채널은 ‘인천 14번→진도 67번→제주 12번’으로 해역마다 다르다. 하지만 세월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출항부터 줄곧 제주 쪽 채널인 12번만 켜놓은 채 운항했다. 수사본부 쪽은 “(세월호 승무원이) 목적지가 제주여서 처음부터 제주 채널에 맞춰놓았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세월호의 이런 행위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초단파무선통신의 일반적 통신 범위는 반경 30~40㎞에 불과한데, 사고 지점인 병풍도 동쪽 3.3㎞ 해상은 제주 관제센터에서 약 90㎞ 떨어진 지점이다. 24㎞ 거리에 있는 진도센터는 채널 67번을 사용하므로 당시 채널 12번을 사용하던 세월호와는 교신할 수 없었다. 사실상 세월호가 모든 관제센터와 ‘통신 두절’ 상태인 채로 운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해에서 주로 운항하는 여객선의 한 선장은 “채널을 여러 개 켜놓는다고 해서 운항에 방해가 되거나, 채널을 바꾸는 게 전혀 귀찮은 일이 아니다. 공용 채널인 16번을 켜놓는 건 선박 운항의 기본이자 의무인데, 왜 이걸 안 지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제주에서 교신이 잡히지 않았다면 통신 두절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라고 했다.

12번 채널만 켜놓고 운항하던 세월호는 사고 당시 공용 채널인 16번, 진도 관제센터 채널인 67번이 아닌, 12번 채널로 제주 관제센터에 신고했다. 강상보 제주 관제센터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목포나 진도 등 해역에서 (세월호를 포함해) 우리 쪽으로 교신해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멀리 교신이 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가끔 봄철에 전파가 멀리 넘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연결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연락이 되지 않는데 날씨 같은 ‘하늘의 도움’으로 제주 관제센터와 연락이 됐다는 것이다.

‘연안해상교통관제규칙’ 규정과 항해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선박은 출항할 때 해당 지역 관제센터 채널과, 전세계 공용인 16번 채널 두개를 항상 청취해야 한다. 통신기가 하나뿐인 경우에는 채널 16번을 열어 둬야 한다. 개항질서법 시행규칙을 보면, 선박은 지역 해상교통관제구역을 지날 때 진입 신고를 하고 관제센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선박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관제센터는 설령 레이더로 포착된 선박이 진입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해경은 이날 “진도 관제센터는 사고 당일 레이더로 세월호가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가 채널 67번이나 16번으로 진입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내버려둔 것이다. 해사안전법 시행령의 ‘선박 교통관제 업무’를 보면, ‘선박의 좌초·충돌 등의 위험이 있는지를 관찰해 해양 사고 예방과 관련한 정보를 (선박에) 제공’하도록 돼 있다. 진도 관제센터가 진입 신고를 하지 않은 세월호와 아무런 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또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가 관할구역 안으로 들어오면 진도 관제센터 관제사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그게 관제사의 기본 임무다. 해수부 지침에도 관제센터와 관할구역 선박은 교신을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선장 고아무개씨도 “늘 다니는 여객선이다 보니 세월호가 보고하지 않아도 진도 관제센터가 묵인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규정대로 한다면 통과하는 선박을 불러 공용 채널인 16번을 이용해 ‘왜 진입 신고를 하지 않느냐’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박수지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김경무 선임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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