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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나사 없는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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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객선 긴급 점검” 요란했던 날
‘여객선 안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신분증 내밀어도 확인 않고…
11분 만에 177명 ‘우르르’ 통과
어린이가 타도 모니터엔 “성인”
배안 자판기·냉장고 고정도 허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정부는 긴급 안전점검을 한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공직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안전, 안전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래서 배를 타봤다.
23~24일 <한겨레> 취재진이 전남 완도~제주, 제주~전남 해남을 잇는 여객선에 올랐다. 승선자 명부 작성과 확인은 대충대충이었고, 비상구와 구명조끼가 있는 일부 객실은 아예 문이 잠겨 있었다. 화물의 결박은 허술했고, 육중한 자판기는 언제든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배에 오른 23일은 검찰과 해양수산부가 전국 연안여객선들에 대해 요란한 안전점검에 나선 날이다. 24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혁명적 발상으로 안전혁신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라”고 엄숙하게 지시했다. 그러나 항구에도 배에도 정 총리가 말한 ‘혁명’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 1분에 승선자 신원 16명 파악? 23일 오후 3시30분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 30분 뒤 제주로 떠나는 ‘ㅎ카페리 1호’의 개찰이 시작됐다. ㅎ카페리는 세월호(6825t·정원 921명)와 비슷한 규모인 6327t이다. 최대 승선 인원은 세월호보다 많은 975명이다. 11분 동안 177명이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어린이 4명도 승선했지만 개찰구 옆 승객 정보 모니터에는 모두 ‘성인’으로 나왔다. 아이 엄마는 “혹시 아이 신분증이 필요할까봐 의료보험증을 가져왔는데 검사를 안 해서 그냥 나왔다”고 했다.
해운법과 해운법 시행규칙에는 승선신고서에 이름·성별·생년월일·연락처를 적어 승선 수속 과정에서 확인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은 이는 없었다. 1분에 16명꼴로 개찰구를 지나간 셈이다.
177명 가운데 16명은 신분증을 제시했지만 직원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줬다. 3명만이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공간을 빈칸으로 해놓는 바람에 다시 개찰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대조 작업은 없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메르시”(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개찰구 직원은 신분증 확인 없이 그냥 통과시켰다. 이름이나 연락처를 제대로 적지 않아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개찰 과정에 입회한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완도에서 청산도로 가는 ㅅ호 개찰구도 마찬가지였다. 관광객 27명은 아예 승선권을 한데 모아서 넘겨주고 우르르 배에 올랐다. 터미널 직원은 승객 수를 세느라 바빴다.
개찰 통과 뒤 배 입구에서도 승선권을 검사하지만 이 역시 부실했다. 승선권을 요구하는 직원의 말에 주머니를 뒤지며 표를 찾자 “개찰하고 온 것 맞죠?”라고 물은 뒤 객실로 안내했다.
세월호의 전체 승객이 몇 명이었는지는 아직도 불명확하다. 청해진해운은 사고 직후인 16일 오전 승객이 477명이라고 했다가 오후 들어 459명, 462명, 475명으로 정정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18일 476명이라고 다시 고치면서 “정확한 승객 수는 바뀔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세월호 승선자 명단에서는 생년월일과 연락처를 적지 않거나 이름을 불명확하게 적은 이들이 다수 발견된다. 화물차에 동승한 탓에 아예 명단에 없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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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안 된 로비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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