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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13 15:23 수정 : 2015.04.14 09:04

한 편의점 매니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쓴 손편지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GS25 홍대솔내길점에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작년 4월은 잔인한 달”
세월호 희생자들 추모

한 편의점 매니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쓴 손편지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면서 누리꾼들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편의점 매니저가 쓴 편지는 “지난겨울 무탈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봄’입니다. 기운들 내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운을 뗀다. 노란색 전지에 펼친 편지에서 그는 1년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다.

“작년 4월은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잊지는 않겠지만 매일 생각하며 살 수도 없습니다…배 안에 제 가족이 타고 있고 너무 좋아진 세상 덕에 그 배가 사라져 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이 매니저는 이어 “양 팔에 소름이 돋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 느낌 하나는 두고두고 떠오를 것 같습니다”라며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매장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직접 써 매장 유리창에 붙여놓았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3일 오전 편지를 쓴 매니저와 통화를 위해 매장에 전화했으나 근무 시간이 아니라 통화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편지 전문

4월.

지난 겨울 무탈하게 잘 보내셨는지요?

‘봄’입니다. 기운들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4월은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잊지는 않겠지만 매일 생각하며 살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상을 했었습니다. 배 안에 제 가족이 타고 있고 너무 좋아진 세상 덕에 그 배가 사라져 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상이요. 양 팔에 소름이 돋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 느낌 하나는 두고두고 떠오를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신기하게 애인이든 가족이든 곁에 있을 때는 뭔가 바라고 원망만 하다가 영영 헤어지고 나면 잘못했던 일, 잘 못해 준 기억만 마음을 때립니다. 그래서 정답은 ‘있을 때 잘해!’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겠습니다.

요즘 감사 편지가 좀 심각해져서 죄송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새 봄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즐기시구요.” 꾸벅.

한 편의점 매니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쓴 손편지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GS25 홍대솔내길점에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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