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14 15:33
수정 : 2016.11.14 21:40
|
소프라노 요안나 코즈워프스카가 지난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교향악단과 <슬픔의 노래>를 협연하고 있다. 사진 금호문화재단 제공
|
리뷰/NHK교향악단 ‘슬픔의 노래’
물속 잠긴듯 비장한 현악기군에
‘아들잃은 어머니’ 비탄의 절창
지휘자는 세월호 추모했던 진먼
생소한 레퍼토리지만 객석 공감
|
소프라노 요안나 코즈워프스카가 지난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교향악단과 <슬픔의 노래>를 협연하고 있다. 사진 금호문화재단 제공
|
물속에 잠긴 듯 비장하고 장엄한 현악기군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슬픔을 ‘인양’했다. 그 선율 위에 소프라노 요안나 코즈워프스카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비탄의 절창으로 쏟아냈다. 그는 어머니가 돼 “사랑하는 아들아, 내 언제나 너를 가슴에 묻고”(1악장), “제발 말해주오, 나의 아들을 왜 죽였는지”(3악장)라고 노래했고, 숨진 아들이 돼 “엄마, 울지 마세요”(2악장)를 들려줬다.
엔에이치케이(NHK)교향악단이 1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폴란드 출신 작곡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3악장의 곡이다. 이 곡으로 이미 앨범 100만 장 판매량을 기록한 마에스트로 데이비드 진먼은 이날도 소프라노 솔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 교향곡의 지휘봉을 잡아 객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제1악장 도입부, 바닥을 알 수 없는 저음이 들릴락말락했다. 4개로 시작한 베이스는 조금 뒤 8개로 늘었다. 하나의 악기는 하나의 물속 영혼을 불러내는 듯했다. 악기는 점점 늘어 8개의 베이스, 10개의 첼로, 12개의 비올라, 30개의 바이올린 등 모두 60개 현악기가 마침내 한꺼번에 울렸다. 악기마다 하나씩의 슬픔을 담아,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통과한 슬픔을 비통하게‘총주’했다. 그리고 다시 베이스 4개만 남아 희미하게 잔향을 흩뜨렸다.
하루 전인 12일 100만 촛불이 켜진 서울 광화문 광장, 시민들 중엔 세월호 유가족들도 있었다. “사라진 7시간은 304명의 목숨이었다”라는 통절한 슬픔의 펼침막을 들었다. 이 광장의 슬픔은 13일 <슬픔의 노래> 연주장으로 이어진 듯 했다. 어느 때보다 객석은 숙연했고,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익숙한 레퍼토리가 아님에도 ‘아들의 잃은 슬픔’이라는 주제는 객석을 끝까지 긴장으로 몰고갔다. 음악으로는 페르골레시나 시마노프스키 작곡의 <스타바트 마테르>(슬픔의 성모), 미술로는 <피에타>(비탄)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진먼이 이번 내한연주에서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21일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때도 세월호를 추모했다. “오늘 공연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서 바흐의 ‘에어’(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겠습니다. 연주 후 박수를 삼가시고 묵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13일 연주엔 호평이 쏟아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는 진지하고 응집된 현의 사운드를 들려줬고, 진먼은 시종 차분하지만 긴장감 있게 악단을 이끌었다. 소프라노도 이 곡을 자주 녹음한데다, 폴란드인이다 보니 슬픔의 서사구조를 잘 전달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