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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왼쪽) 경남도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12일 오후 경남도의회 임시회를 마치고 도의회 청사 앞 계단을 내려오며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놓고 불편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 지사가 “서로 독립된 기관이니 각자 소관 사무를 하자. 더이상 쇼하지 말자”고 말하자, 박 교육감은 “그 소관 사무하고 지원하고는 다르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창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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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유일하게 ‘탐독’하는 게 ‘급식 식단표’예요
‘밥의 교육’으로 갈 수 있게 밥상 좀 내버려두세요
[세상 읽기]
준표 형. 저는 형님 덕택에 중학생 아들의 급식비를 매달 5만원씩 내게 된 경상남도 학부모의 한 사람입니다. 사실 저는 웬만해서는 누구한테 ‘형님’이라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데, 진주의료원 폐업부터 무상급식 폐지까지 이어지는 형의 광폭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엉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번에 형님이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데가 아니고,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라고 하셨더군요. 저는 그 기막힌 말씀 때문에 이제 도지사님을 형님이라 부르기로 마음먹게 되었어요.
저는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는데요, 그분 남기신 말씀 중에 ‘밥 한 그릇에 세상사가 다 들어 있다’(식일완만사지·食一碗萬事知)는 말씀이 있어요. 형은 학교를 ‘공부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저는 ‘학교는 밥 먹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실제로 십수년 현장에서 겪은 바로도 아이들은 ‘친구들과 급식 먹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눠주는 가정통신문을 거의 제대로 보지 않는데요, 유일하게 골똘히 ‘탐독’하고 고이 모셔두는 게 바로 ‘급식 식단표’예요. 교내 체육대회 날에는 특식이 나오잖아요. 어느 해에는 한 아이가 제 입은 체육복 등판에다 그날 메뉴 ‘돼지불백, 동태전, 조개미역국’ 어쩌고 하는 거를 일일이 검정테이프로 떼서 붙여 놓고는 교내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것을 보았어요. 제가 맡은 반에서 아이들과 못 어울리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는데, 몇몇 아이들이 상의해서 급식 때만이라도 ‘혼자 밥 먹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고 서로 같이 ‘밥을 먹어주는’ 모습을 보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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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공식 유세 첫날인 11월13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오른쪽부터) 대표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오후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해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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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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