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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충청포럼 전 회장이 2011년 9월4일 경기도 부천시 경기예술고등학교 아트홀에서 열린 ‘서산장학재단 설립 20주년 기념 충청포럼 2011년도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엔다큐티브이경기방송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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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이 말하는 성완종 스타일
‘성완종 리스트’의 진위 공방이 뜨거워지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평소 인맥 관리와 로비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성 전 회장 주변인들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 ‘인맥 관리 집착형’ ‘권력 추구형’ ‘목표 집착형’으로 그의 특징을 정리했다. ■ 인맥 집착형-때로 돈을 매개로 리스트에 오른 8명이 유력 정치인인 데서 보듯, 성 전 회장은 ‘정치권 인맥 쌓기’에 특히 집착했다. 그는 주변에 정치권 출신을 포진시켰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아무개 전 상무는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비서관 출신이고, 정아무개 경남기업 팀장도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비서관 출신이다. 감사나 사외이사에는 국가정보원 출신을 영입했다. 2008년부터 4년간 경남기업 감사를 지낸 차문희씨는 국가정보원 대전지부장 출신이고, 2013년 사외이사가 된 전옥현씨는 국정원 1차장을 지냈다. 한 측근은 “성 전 회장은 국정원 출신들을 좋아했다. 로비를 하는 사람이라 정보에 민감했다”고 말했다. 충청권 야당 의원들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인맥과 지연을 중시하는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맥 관리에는 종종 ‘돈’이 이용됐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의 주요 일정은 사람을 만나고, 필요하면 돈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를 보좌했던 한 임원은 “조찬, 오찬, 만찬까지 적어도 하루에 세명 이상을 만났다. 밥 먹고 그냥 일어나기 곤란한 자리에서는 200만~300만원씩 건네기도 했다”고 했다. 경남기업의 전 간부급 직원은 “(성 전 회장은) 두 사람이 밥을 먹으면 보통 30만원, 차만 마시면 5만원이 넘게 나왔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다 저녁 8시쯤 회사로 들어왔다”고 했다. 주로 누런색 봉투에 돈을 담아 건넸다는 게 이들의 목격담이다. “밥만 먹고 일어나기 곤란한 이에겐200만~300만원씩 건네기도 해” ‘로비하면 모든 문제 풀린다’ 생각
“누구한테 말해달라” 콕 찍어 요구
돈을 줄때는 본인이 직접 줘 국정원 출신을 감사·사외이사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을 측근으로 성 전 회장은 필요할 때마다 재무 담당에게 돈을 뽑아오게 했다고 한다. 남에게 돈을 건넬 때는 대부분 직접 줬다고 한다. 경남기업의 한 전직 임원은 “성격상 돈을 줄 때는 본인이 직접 줬다. 리스트에 등장한 8명의 정치인 중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예외인데, 홍 지사는 색깔이 분명해 성 전 회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윤아무개 전 부사장의 제안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홍 지사에게 나중에 돈을 잘 받았냐며 확인 전화를 했다는 것도 좀처럼 다른 이에게 돈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경남기업 임직원들은 회사가 2009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가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배경에는 성 전 회장의 로비력 덕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권력·목표 집착형 일부 측근은 이렇게 인맥을 관리한 이유를 ‘권력에 대한 동경’이라고 정리했다. 한 전직 임원은 “기업인으로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더 높은 단계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상당히 커 보였다”고 했다. 어렵게 금배지를 단 그는 지난해 6월 의원직을 잃고 큰 상실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권의 한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의 연결고리가 약한데도 자민련 출신이라 나만 죽었다’며 크게 섭섭해했다”고 전했다. 그와 가까운 충청권의 한 인사는 “사업하는 사람이라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누구누구한테 얘기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보면 나뿐 아니라 주위에 전화를 다 돌렸더라”고 했다. 어떤 목표를 추구하다 일이 틀어져 불이익을 받는 것을 감내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2004년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자 지인에게 “왜 내 돈 쓴 거 가지고 횡령을 갖다 붙이느냐. 억울하다. 내가 그 돈을 우리집에 갖다 쓴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자신과 주변에는 후한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 전직 임원은 “임원들하고도 회사 앞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 먹었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서 갔는데 7000원짜리 고추장 삼겹살이었다. 속으로 욕을 했는데, 조금 있으니까 부인과 아들도 왔다. 가족을 사줄 정도면 그게 본인한텐 진짜 맛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긴 <경향신문> 녹취록에는 ‘신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지인은 “성 전 회장은 10년 전부터 ‘신뢰’라는 말을 많이 썼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서로 간의 믿음이 아니라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음)를 뜻한다. 자기가 후원을 해줬으면 그에 상응하는 걸 받아야 하는데 반응이 없고 도와주지 않으니까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지 최혜정 박태우 방준호 기자 yj@hani.co.kr [관련영상] 이완구와 홍준표, 검찰의 선택은? / 법조예능-불타는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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