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30 16:02
수정 : 2015.07.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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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서울의 한병원 응급실로 고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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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뒤 지금은 상태가 호전됐지만 여전히 세균성 폐렴과 욕창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비난하다니요? 이 환자도 메르스의 피해자입니다. 주치의로서 완치 뒤 퇴원 결정을 내려야 할지 망설여지네요.”
6월29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의 주치의인 조준성 호흡기센터장은 8일 이후 5차례의 검사에서 이 환자한테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환자 상태를 전한 뒤 현장에 남은 몇몇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그의 낯빛이 어두웠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 환자한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올리고 있어서였다. 심지어 한 누리꾼은 ‘다른 환자한테 메르스를 감염시켜 사망케 한 사람인데 정작 본인은 완치 판정을 받다니 기가 막히다’고도 했다. 조 센터장은 “감염병이 퍼지면 환자를 범죄자 다루 듯한다. 이 사람이라고 질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겠나? 그도 치료받아야 할 환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병에 걸린 사람은 피해자이지 책임을 물어야 할 가해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환자는 격리병상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지만 앞으로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40여일 동안 누워만 있은 탓에 온몸의 근육이 약해져 제대로 걷지 못한다. 허리 쪽에는 심한 욕창이 생겼다. 조 센터장은 “주치의로서 치료를 넘어 환자의 안위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첫 환자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많은 사람한테 메르스를 전파시킨 14번째 환자 등 이른바 ‘슈퍼전파자들’한테도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중병 탓에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메르스에 감염됐고 전파자가 됐을 뿐이다. 환자를 치료해 사회에 복귀시키려는 조 센터장과 같은 의사의 마음을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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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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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첫번째 환자와 이른바 ‘슈퍼전파자’한테 책임을 묻자는 일부의 태도는,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희생양 찾기’이자, 3년 전에 알려진 감염병 대처에 우왕좌왕한 정부의 방역체계 등 진짜로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을 은폐하는 데 기여할 위험이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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