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지원금 313조의 92%
채권자 주머니로 갔다
사실상 ‘디폴트’에 빠진 그리스 경제는 왜 5년 전 수천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수혈받고도 회복하지 못했을까? 일부의 주장처럼 그리스 정부가 강도 높은 긴축을 하지 않고 복지 등에 무책임하게 탕진해버렸기 때문일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영국에 있는 세계 부채탕감 운동 조직인 ‘주빌리 부채 캠페인’은 그리스 정부에 제공된 구제금융의 92%가 다시 채권자들에게 돌아간 것이 위기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전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민간기관들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구제금융 중 그리스 경제의 몫으로 돌아간 것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2010년 당시 3100억유로였던 그리스의 부채는 2015년 현재 3170억유로로 오히려 늘었다. 구제금융이 그리스 경제를 회복시키기는커녕, 빚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구제금융이 채권자, 특히 유럽의 상업은행 등 민간 채권자들의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휩쓸려 허우적대던 그리스는 2010년 3100억유로의 부채 더미에 올라 재정 파탄 상태에 몰렸다. ‘트로이카’(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는 그리스에 최저임금과 연금 삭감 등을 통한 긴축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구조’에 나섰고, 현재까지 2520억유로(약 313조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유럽은행 등 민간 채무 갚거나파산 몰린 자국은행에 투입
경제 위해 쓴 돈은 201억유로뿐 2010년 3100억유로였던 부채
올 3170억유로로 되레 늘어 주빌리 부채 캠페인이 올해 초 내놓은 분석을 보면,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지원받은 2520억유로 가운데 1492억유로(59%)를 부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썼다. 지난 5년간 적게는 한해 224억유로에서 많게는 405억유로(약 50조원)씩 갚아왔다. 지난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이 1864억유로였으니, 많게는 국내총생산의 2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빚을 갚아왔다는 얘기다. 구제금융 가운데 약 345억유로는 민간 채권자들에게 부채탕감에 대한 대가로 건네지기도 했다. 2012년 부채 협상에서 자신들의 채권 1000억유로를 탕감해줘야 할 처지에 몰린 민간 투자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준 것이다. 이 돈도 고스란히 그리스의 빚으로 남았다. 당시 트로이카의 지휘 아래 이미 민간 부문 채권자들은 그리스 정부에 빌려준 돈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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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의회 건물 앞에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연장안에 찬성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로에는 ‘예’ 그리고 그리스의 옛 화폐인 드라크마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쓴 팻말이 보인다. 아테네/AP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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