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6 16:47
수정 : 2016.08.26 20:54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기자회견
“일본 사죄하고 배상해 명예회복 시켜야지
위로금 받는건 정부가 할머니 팔아먹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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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오른쪽), 길원옥 할머니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에서 피해보상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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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우리 앞에 사죄하기 전에는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1억이 아니라 100억, 1000억원을 줘도 받을 수 없어요.”
2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는 격앙돼 있었다. 한국·일본 정부의 12·28 합의로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이 일본 쪽이 출연키로 한 10억엔(107억원)을 할머니들에게 현금으로 분할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다음날, 김 할머니는 길원옥(89) 할머니와 함께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1992년부터 이어진 수요시위나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의 증언대에서 할머니들이 수십번 아니 수백번씩 했을 이야기. 그런데도 이런 합의를 일본 정부와 한 우리 정부에 대해 두 할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게 말했다. “차라리 이런 길로 나가려면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게 나아요. 우리는 우리대로 한 사람이라도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김 할머니는 “아베(일본 총리)가 나서서 법적으로 사죄하고 배상을 하도록 해 할머니들 명예를 회복시켜줘야지 지금 위로금이라며 돈을 받는다는 것은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먹는 것밖에 안 된다”며 “이렇게 정부가 할머니들을 괴롭히기는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일본 정부로부터) 그 돈을 받고 소녀상을 철거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과거에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후세들에게 알리기 위해 국민들이 한푼 한푼 (돈을) 모아 세운 겁니다. (일본)대사관 문 앞에 세운 것도 아니고 길 건너 평화로에 세운 건데 그것을 철거하라고 합니까?”
할머니들은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보니 배상금이 많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답답해죽겠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김 할머니는 “정부에서 피해 할머니 가족들에 ‘할머니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몇 푼이라도 받는 게 낫지 않겠냐’며 협조해달라 충동질을 하고 다닌다. 할머니들은 지금 끄덕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락)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정대협과 나눔의 집에 있는 할머니 9명은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245명을 공식 인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40명이다. 한·일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5명을 대상으로 생존자에게 1억원, 사망자 유족에게 2천만원 범위에서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25일 발표한 바 있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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