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08 15:21
수정 : 2016.09.08 15:29
아베 총리 7일 “소녀상 포함 12·28 합의 이행 강하게 요구”
한-일 군사협력 큰 흐름 깨지 않는 선에서 소녀상 철거 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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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개최한 12·28 한일합의 강행 규탄 및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 도중 내린 비로 소녀상의 눈가에 빗물이 고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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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선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둘러싼 양국 정상들의 인식 차가 도드라졌다.
일본 외무성의 7일 보도자료를 보면, 이날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12·28합의에 대해 “두 나라 국내적으로 또 국제사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합의에 기초해 10억엔 출연이 끝났다”고 말한 뒤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도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향한 노력을 할 것을 한국 쪽에게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일합의를 착실시 실시해 가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소개했다. 아베 총리가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한 채 전체적으로 ‘합의를 착실히 시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했음이 일본 쪽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 셈이다.
물론 박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 여러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회담에 배석했던 아베 총리의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소녀상까지 포함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해석을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게 전했다. 아베 정권은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우익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한국 정부를 향해 ‘소녀상 철거를 포함한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강하게 요구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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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현지시간 7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정상회담을 한 것을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8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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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복잡다단한 한-일관계의 절반만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 일본이 한국에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박근혜 정권의 선택지는 ‘강제철거’밖에 없음을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한국에게 끈질기게 체결을 요구해 온 정보공유협정(GSOMIA) 체결 등 안보 협력 강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리버럴의 정서를 대변하는 <아사히신문>은 8일 ‘협력의 이익을 살펴보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의 도발, 중국의 불투명한 움직임” 등 양국이 함께 직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을 열거하며 “일한의 국익이 점점 중첩되는 관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간의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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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비엔티안(라오스)/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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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 외무성의 7일 보도자료의 중심적인 내용도 소녀상이 아닌 일본 쪽을 향해 탄도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이었다. 결국 일본은 한국과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흐름을 해치지 않을 수준에서 소녀상 철거 요구를 되풀이 해 요구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당분간 “12·28 합의를 중시해 간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이런 요구를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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