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4 20:38
수정 : 2016.11.04 22:25
‘최순실과의 끈끈한 관계’ 역설적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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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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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고 강조했다. 최순실씨를 곁에 둔 이유를 “홀로 살면서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라고 설명하려다 보니, 가족과 교류를 끊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실제 취임 이후뿐 아니라 그 전부터 가족과 제대로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동생 근령씨와는 이런저런 분쟁을 겪으며 의절하다시피 했다. 대선 당시 남동생 지만씨의 부인이자 박 대통령의 올케인 서향희씨가 ‘만사올통’이라는 구설에 오르자 지만씨 부부와도 거리를 뒀다. 서씨가 아이를 낳자 조카를 보러 지만씨 집에서 잠시 만나는 정도였다. ‘정윤회 문건’이 논란이 되던 2015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친분이 있던 지만씨를 겨냥해 “욕심을 달성하려고 이간질하는 데 말려들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야단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 내용은 가족과 거리를 두면서도 최씨를 곁에 둘 만큼 사이가 끈끈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동생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최근에도 한 방송에 나와 “최순실씨로 인해 형제 관계가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근령씨와 지만씨가 청와대에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가 형제들을 이간질하고 만날 수조차 없게 차단하고 있다”고 탄원서를 쓴 일화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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