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13 19:56
수정 : 2016.11.13 22:16
검찰청 소환·방문조사 가능하나
청와대·제3의 장소 유력할 듯
검찰이 오는 15~16일께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혀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조사 방법에 관심이 모인다. 검찰은 대통령을 검찰청으로 소환하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대면조사하는 방법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청와대는 서면조사를 주장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13일 “조사방법은 결정된 바 없지만 대면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서면조사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지만 경호나 예우 문제 등 현실적으로 장애가 많다. 지난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검찰청 소환 때도 전직 대통령임에도 경호 문제로 검찰에 비상이 걸렸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소환은 검찰이 경호에 대한 부담을 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분산된다”고 말했다.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현직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방문조사를 택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문제는 조사 장소다. 장소를 잘못 택할 경우 가뜩이나 늑장수사로 불신을 자초한 검찰을 비판하는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비비케이(BBK) 특별검사팀은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제3의 장소’인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3시간 동안 조사하면서, 1시간 동안 꼬리곰탕을 먹는 등 소극적인 조사 태도로 거센 비난을 샀다. 지난 2010년 민간인 사찰 수사 때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호텔에서 조사했다가 ‘부실수사’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는 인수위원회가 있던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등 공공기관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검찰이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호 등에 대한 부담을 질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청와대 안에서 검찰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청와대가 오는 15일쯤 조사 일정에 대한 입장을 확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16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서면조사’를 여전히 희망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어느정도 적극적인 조사를 할지 주목된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느냐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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