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31 20:00
수정 : 2016.12.31 21:43
주최 쪽, “저녁 8시 현재 80만명 운집”
뮤지컬, 오페라 공연으로 촛불집회 열기
박사모 등도 ‘송화영태’ 맞불 집회
2016년 마지막 날까지 촛불은 타올랐다.
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밤인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10차 촛불집회 ‘송박영신-범국민행동’이 열렸다.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저녁 8시 기준 80만명 이상이 광장에 운집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맞는다’는 의미로 이름붙여진 송박영신 10차 촛불집회는 자정, 제야의 종 타종식을 거쳐 새해 첫날 새벽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평소보다 늦은 저녁 7시에 본집회가 시작됐다.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황교안 내각의 사퇴, 적폐 청산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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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 사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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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화순팀의 공연으로 본집회가 시작되고, 지난 두 달여간 진행된 촛불집회를 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대환(52)씨는 “지난 두달 동안 국민들이 이렇게 한뜻으로 촛불을 들고, 국민의 힘으로 결국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말이 교과서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김씨는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걸 모두 다 안다. 새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확실하게 끌어내리고, 정말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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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행진하는 사람들. 사진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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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집회에 앞서 열린 시민자유발언대에서는 각종 현안들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 내각의 온갖 실정을 꼬집는 발언들이 나왔다. 노후희망유니온 이상권 공동대표는 “저쪽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하는 노인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노인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며 “오이시디(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최상위라고 한다. 박근혜의 공약인 노인기초연금은 어디로 사라졌냐? 그것도 최순실의 주머니로 들어갔냐”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국민을 기만하고 절망에 빠뜨린 박근혜씨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노인들도 열받았다. 박근혜를 즉각 구속하라”고 외쳤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정형준 정책실장은 “조류독감이 온 나라를 뒤덮어서 지금 마트에서 계란 한판에 1만5000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될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을 강행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위는 무시했다”며 “조류독감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황교안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사전행사로 열린 ‘아무 깃발 대잔치’에는 ‘혼자 온 사람들’, ‘민주묘총’, ‘햄내스티’ 등 이미 유명해진 ‘스타 깃발’은 물론 ‘고혈당’, ‘한국 기름장어 바로알기협회 뉴욕지부’ 등 톡톡 튀는 새 깃발도 등장해 촛불집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조합원들은 무대에서 ‘승리의 노래’ 등 유명 오페라 곡을 멋지게 공연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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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깃발 대잔치’에 참가한 다양한 깃발의 모습들. 사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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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도 같은 날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차 탄핵반대 송화영태(送火迎太)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송화영태란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아들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주최 쪽은 1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시30분께 1부 행사를 마치고 대한문을 출발해 소공로, 한국은행, 남대문 로터리, 중앙일보사를 지나 대한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가행진을 벌이면서, 일부 참가자가 중앙일보사에 진입하려다 경찰들과 30여분간 대치하기도 했다.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으로 이뤄진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함께 '억지 탄핵 원천무효', '속지마라 거짓선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무효 국회해산"을 외쳤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처음부터 탄핵 사유가 되지 않았다”며 “태극기 물결이 훨씬 거대하게 물결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승 고한솔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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