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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3 22:32 수정 : 2018.01.04 15:58

정세현 전 장관-문정인 특보
새해 한반도 정세 긴급 진단

김정은 신년사 평가
남북 윈윈하자는 메시지
위장 공세라도 잘 잡아
진짜 평화 만들면 된다

북이 꺼낼 의제는
북이 언급할 최우선 순위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경제협력도 제안할 가능성

북-미 대화 전망
미, 북 도발하는지 지켜볼 걱
남북 대화가 빈번해질 때
북핵 해결 모멘텀 만들어져

남북 대화국면 한-미 관계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남북 대화

◎대담 영상으로 보기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올림픽’ 구상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와 맞물리면서, 남북 당국회담 성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반도를 휘감았던 전쟁 위기설을 뚫고, 대화와 협상으로 가는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한겨레>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과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함께 2018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봤다. 대담은 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왼쪽)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3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2018년 한반도 정세에 관해 대담을 하고 있다. 가운데는 사회를 맡은 정인환 <한겨레> 통일외교팀 기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인환 기자(이하 사회)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사흘 만에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됐다.

정세현 이사장(이하 정) 신년사 앞부분에서 ‘이제는 경제 쪽에 주력하겠다’며 과업을 제시했다. 그리고 대남(정책)으로 넘어간다. 핵 문제는 어차피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남쪽에는 (핵 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없다. 또 올해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이 70주년이란 얘기를 하면서, 뒷부분에서 남쪽에서 겨울올림픽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창올림픽부터 9·9절까지 조용히 남북이 상황을 관리하면 좋겠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9일로 제의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보수 정부) 9년 정도 꽉 막힌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그동안 남북회담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에 있으니, 잘 대처해나가면 그 기회의 문을 ‘평화 협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정인 교수(이하 문) 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신년사를 시작했다. 핵은 가졌고, 남은 과제는 경제다. 특히 ‘인민 경제’를 잘 살리려고 하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한반도 군사 긴장 완화에 대한 일종의 모멘텀이 주어졌다.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과 남쪽의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해서 남북이 ‘윈윈’하는 새해를 만들어보자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예상된 반응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도발적 수사가 없다. ‘우리에게 핵 억지력 있으니 함부로 치지 말라’는 식의 방어적인 의도를 보여줬다.

이 와중에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했다. 신년사에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회담을 제의했다. 그랬더니 오늘 오후 3시30분(평양시각 3시)에 ‘대화하겠다’ ‘판문점 개통합시다’ 이렇게 나왔다.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단추’를 가지고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신년사) 뒷부분에 가면 ‘핵 선제 불사용’ 이야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핵단추를) 누를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 쪽에선 ‘북이 위협하는데 무슨 대화를 하느냐’고 한다. 그건 아니다. ‘평화 공세’라는 건 북한이 남쪽에 계속 해오던 작전이다. 우리가 대책을 세워서 잘 대처하면 된다. ‘북쪽이 무슨 장난 칠지 모르는데 끌려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는데,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논리다.

문 ‘평화 공세는 위장 공세다. 진정성 없다’고 하는데 만나봐야 알 것 아닌가. 위장 공세라도 그 기회를 잡아서 진짜 평화를 만들면 된다. 만나서 대화하고, 협상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와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그런 게 북핵 문제 해결에까지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게 없다. 북한은 이미 (핵을) 가지고 있고, 대량 생산하려고 한다. 대화해서 못 하게 하는 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대화하지 않는 건 국익에 어긋난다.

정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난 24~25년 동안 대화를 지속했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킬 틈이 없었을 거다. (대화하는 기간에는) 핵 개발을 중단하거나 미약하게 했는데, 완전히 (대화를) 꽁꽁 틀어막은 지난 9년 동안 북한은 핵실험만 5번 했다.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현실을 인지하고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서 뛰쳐나가지 않게 붙들어야 한다. ‘해봐야 뭐 하느냐’는 얘기는 북핵 능력, 개발 고도화를 도와주는 행위다.

사회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문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발표한 것을 보면 평창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하자는 것인데, 우리는 이미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의 전략은 한반도 문제에 국한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미국의 독자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경제 교류·협력을 하자고 할 텐데, 이런 게 어려운 점이다.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 문제여서 남한이 낄 여지가 없다는 게 북한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정치적으로 현 정부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당장 핵·미사일 문제를 북에 제기하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서울을 통하면 미국과 통한다’는 인식을 북한이 하게 되면, 한국이 운전석에 앉게 된다. 핵·미사일 문제를 (대화의) 조건으로 걸면 판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정 남북 대화가 빈번해질 때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 2002년에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불거지고, 이후 중-미-북 회담을 해봤는데 잘 안됐다. 5자, 6자 회담 하자고 해도 북이 받느냐 마느냐 하는 시기에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다. 내가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3년 4월 평양에 가서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회담 성사돼서 서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중간에서 역할해주겠다고. 실제로 그 권고를 북한이 받아들여 2003년 8월 6자회담이 열렸다. 전체회의 끝나고 북쪽 김계관 수석대표가 남쪽 이수혁 수석대표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더라. 당시 장관회담 할 때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내 방에 두번이나 왔다. 미리 조율해서 6자회담이 열리면 성과를 내도록 사전에 상의를 하면 좋겠다는 거다. 북한도 우리 말을 듣고, 북한이 남한하고 이야기하니까 미국과의 관계도 풀리더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3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대담은 이날 오후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회 한-미 연합훈련 연기가 논의되고 있다.

정 회담 열리면 북한이 언급할 최우선순위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일 것이다.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려면 환경부터 평화적이 돼야 한다고 할 것이다. 훈련 연기는 북한에는 ‘매를 안 때린다’가 아니라 ‘좀 있다가 맞아라’라는 얘기다. 중단, 최소한 축소를 원할 거다. 훈련 규모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에 커졌는데, 그 이전 정도로 돌아간다면 북으로선 참을 만할 것이다.

문 문 대통령도 합법적인 한-미 동맹의 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불법적 행동을 교환할 수 없다고 했다. 2월말부터 3월 중순까지 키리졸브 훈련을 한다. 실제 병력 동원하는 훈련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연습이다. 이게 끝나면 3월말~4월말에 독수리 훈련을 한다. 일정을 재조정하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겹칠 수도 있다. 미국 장비, 병력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순환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게 되면 금년에는 동계 훈련, 하계 훈련을 합쳐서 한번밖에 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실상 축소다. 북이 어떻게 받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사회 남북 대화가 시작됐으니 북한이 1월 안에 추가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 이어 유엔 결의에 따른 ‘올림픽 휴전’ 기간이 52일이다. 북한이 지난해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오는 3월말까지 ‘올림픽 휴전’을 지키고, 연합훈련이 늦춰지면 내용적으로 ‘쌍중단’이 되는데.

문 ‘쌍중단’이란 표현은 쓰지 말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한다.(웃음) 북한과 한-미가 상대방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군사훈련 중단 또는 지연을 결정하면 된다. 유엔 총회에서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면서 휴전 결의안을 채택했다. 적어도 패럴림픽까지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진다고 하면 새로운 대화, 협상 등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미국이 판을 깰 거라고 보지 않는다.

정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위협 행위를 안 하도록 하려면 한번 시작된 회담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협조가 없으면 남북 관계가 앞으로 못 나가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국방부가 잘 해야 한다. 통일부는 대북사업을 잘 하면 되는데, 국방부가 한-미 군사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탈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문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미국 스티븐 보즈워스 주한미국대사에게 사소한 것까지 이야기했다고 한다. 보즈워스 대사는 바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거쳐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사이에 임동원, 보즈워스, 올브라이트만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했다는 얘기다. 우리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3일 오후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대담은 이날 오후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회 트럼프 정부는 ‘최고의 압박과 관여’를 내세웠는데, 지난 1년은 압박뿐이었다. 미국도 남북 사이 대화 국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걸로 보나.

문 북한 하기 나름이다. 대화하겠다면서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조건이 지켜지는 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6자회담 수석대표) 쪽을 통해서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 분명한 건 남북 대화가 활성화되면 북-미 대화는 재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한국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정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남북 대화를 하면 지속성이 크다. 미국에 상세하게 설명해줘서 나중에 미국이 딴소리 못하게 협력·협조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이건 외교부가 할 일이다. 북한과 대화하면서 상황, 정보를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공유해야 한다.

문 우리의 역할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변화가 중요하다. 미국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보다 현실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은 핵 억지력이 현실이라고 했다. 인정할 순 없지만, 북한이 핵무장력을 가진 것에 대해 인지할 필요는 있다. 비핵화를 대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에 놓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국제법적으로 한-미 훈련은 정당하니 양보할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하고 완전히 우량국가로 거듭나면 북한 수교 고려한다’는 식은 좀 아닌 것 같다. 북한 핵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안 된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북핵 문제 푸는 데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수 없다. 우리의 안위와 사활이 걸린 문제다. 공동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론이 분열되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정 트럼프 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 중에서 압박 쪽에 방점을 찍고 추진했다. 이번에 남북 대화가 시작되면, 이를 디딤돌로 관여 쪽으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우리가 해야 한다. 결국 북핵 문제에서 최종적으로 비핵화라는 결과를 받아낼 것이냐, 말 것이냐는 북한과 미국이 만나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남북 대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북-미 대화가 성사되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면 결국 최대의 압박에서 관여로 넘어갈 수 있는 명분이 미국 정부에도 생긴다. 미국에도 ‘압박보다는 대화가 비핵화를 빨리 이끌어낼 방법이겠다’는 식으로 근거를 만들어줘야 한다.

진행 정인환 기자, 정리 노지원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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