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22 18:02
수정 : 2018.01.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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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새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시계를 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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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새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시계를 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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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공동입장을 두고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 됐다”는 식의 막말 공세가 횡행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부터 대변인에 이르기까지 저주라도 퍼붓듯 비난 일색이다. 힘을 보태도 모자랄 때에 훼방놓기 바쁜 일부 야당 행태는 도를 넘어선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2일 신년 회견에서 “김정은의 위장평화 공세에 끌려다니면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를 장악한 주사파 세력은 김정은 손에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개헌을 두고선 “사회주의 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방선거에 얹으려 한다”고 했다. 터무니없는 색깔론이자 견강부회다.
북한 선수단 몇십명이 온다고 해서, 개·폐막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한다고 해서, 이를 평양올림픽이라 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오랜 노력 끝에 개최권을 따냈고, 주최국 자격으로 여러 종목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앞세워 출전한다. 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다음달 9일부터 3월18일까지 세계의 이목이 평창에 쏠린다. 단일팀·공동입장은 이를 더욱 빛나게 하는 금상첨화다. 북한 참여를 놓고 올림픽에 ‘빨간 색칠’을 하는 것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야당 사람들은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코리아도 애국가도 날리고 폐쇄된 조선왕국으로 아리랑 고개를 넘자는 것”이라 했고,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평창올림픽을 반납하고 평양올림픽을 선언하더니 일개 대좌를 왕비 대하듯 지극정성”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나경원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단일팀 반대 서한까지 보냈다. 논란을 국제 무대로 가져가 나라 망신 시킨 꼴이다. 모두 금도를 넘는 일이다.
사전답사차 남쪽을 찾은 현송월 단장 일행이 현장을 잘 점검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남쪽 정부의 당연한 처사다. 언론이 패션이 어떻고 미모가 어떻고 하는 황색저널리즘을 펴는 게 오히려 문제다. 무슨 꼬투리라도 잡아서 반북 보도를 하려 애쓴다. 롤러코스터 같은 이런 소동은 그만하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남북이 서로 배려하며 준비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바람 앞 촛불 지키듯 (남북)대화를 지키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살려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올림픽을 ‘헌납’한 게 아니라, 올림픽 이후 비핵화의 대화 국면으로 이어가려는 필사적 노력이 단일팀과 공동입장이라는 뜻이다. 단일팀은 어떻게든 평화로 가는 길을 열려는 몸부림이다. 자유한국당 등은 더 이상 철부지처럼 ‘평화 올림픽’을 훼방놓는 일을 그만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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