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1 19:03
수정 : 2018.02.1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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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왼쪽)이 1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예선 1조 경기에서 넘어지자 최민정이 교대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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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게 즐기자] 쇼트트랙 터치의 노하우
‘엉덩이 밀기’는 속도 유지하려 고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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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왼쪽)이 10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예선 1조 경기에서 넘어지자 최민정이 교대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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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 대표팀이 중간에 넘어지고도 올림픽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건 쇼트트랙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선수들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4분06초387 동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유빈과 최민정이 ‘교대’하는 순간이었다.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은 막내 이유빈은 빙판 위를 팽그르르 돌면서도 필사적으로 오른팔을 뻗었고 최민정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뻗어 이유빈의 손바닥에 도장을 찍듯 접촉하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4명의 선수가 함께하는 쇼트트랙 계주에서는 바통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신체적 접촉만 있으면 교대가 가능하다. 쇼트트랙 계주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엉덩이 밀기’는 교대 과정에서 속도를 최대한 유지해야 하므로 고안된 방법일 뿐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계주 교대 방법으로 ‘신체적 접촉(터치)’을 규정하고 있으며 심판이 이를 분명하게 인지하기만 하면 된다. 최민정의 ‘엄지척 도장찍기’는 이유빈이 빙판에 넘어진 상황에서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교대 방법이었다.
쇼트트랙 계주에서는 마지막 2바퀴를 한 선수가 달려야 한다는 규정 외에 교대 주기나 순서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자 대표팀의 재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3번째 주자로 나선 이유빈은 23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김예진의 엉덩이를 밀기 직전에 넘어졌다. 김예진과 이유빈의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지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이 재빨리 다가와 이유빈과 교대를 하고 곧바로 추격 채비를 갖춘 것이다. 비결은 훈련이다. 쇼트트랙은 선수들끼리 뒤엉켜 넘어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준비한다. 기적이 아닌 훈련의 결과였던 셈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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