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9 21:54
수정 : 2018.01.0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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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을 비롯한 남쪽 대표단이 9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를 나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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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화기애애했던 ‘9시간 회담’
리선권, 2000년 6·15 회담 언급
“모든것이 귀중하고 그리운 것”
남북 대화국면 진입 강조
조명균 “남북화해·평화가 민심
의지와 끈기 갖고 회담 갖자”
북, 비핵화 언급에 불만 표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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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통일부 장관(가운데)을 비롯한 남쪽 대표단이 9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를 나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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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은 지난 정부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에 접어들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자리였다. 남북 수석대표는 얼음, 추위, 눈 등을 남북 관계에 빗대어 대화를 풀어나갔고, 특히 북쪽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새해 첫 선물을 드리자”, “천심에 받들려서 북남 고위급회담이 마련됐다” 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관계개선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회담 막판에 리 위원장은 남쪽이 제기한 비핵화 언급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시작한 전체회의에서 리선권 위원장은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에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았고, 그 강렬함에 의해서 북남 고위급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에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늘의 주요의제 중 하나가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문제인데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겨울올림픽 치르는 데 좋은 조건이 됐다”고 화답했다. 또 “민심이 얼마큼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직접 체험을 했고 우리 민심은 남북 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며 “민심이 천심이고 그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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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셋째)이 9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건너오면서 남쪽 연락관과 악수하고 있다. 아래쪽 콘크리트 구조물이 군사분계선이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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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위원장은 특히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으로 남북이 본격적인 대화 국면에 접어들었던 시기를 강조했다. 그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조카가 있다. 2000년 6월달에 출생했다”며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두번씩이나 벌써 지났으니 많은 세월이 흘렀다. 뒤돌아 보면 6·15 시대 그 모든 것이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조명균 장관은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화답했다. 그는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지만 정말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리 위원장도 “혼자 가는 거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고 했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가기 마련이다”라고 답했다. 특히 이날 전체회의에선 조명균 장관의 ‘유년 시절’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이 초등학생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 동심이 아주 순결하고 깨끗하다. 이런 마음을 되살린다면 회담이 잘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남북의 ‘호의적’인 기조는 회담 내내 이어졌다. 양쪽은 ‘결렬 위기’나 진통 없이 양쪽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속전속결’로 합의를 이어갔다. 이미 오전에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공동보도문 초안을 검토하는 등 ‘이례적’인 빠른 속도를 보이기도 했다. 남북은 수석대표를 제외한 ‘4+4’ 회담과 수석대표가 포함된 ‘3+3’ 회담 등을 이어 나갔고, 오후 8시께 종결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리 위원장이 남쪽의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3일에 (이미) 군 통신선을 개통했는데 (남쪽에선) 왜 오늘(9일) 했다고 공개하느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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