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11 15:54
수정 : 2018.03.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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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북한 방문 결과를 전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인 행보를 펼치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전격적으로 수락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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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현장서 즉각 북미정상회담 수락
외국 관리가 백악관서 미 대통령 결정 발표는 처음
트럼프 “내가 했어”라며 참모들의 제지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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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북한 방문 결과를 전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인 행보를 펼치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전격적으로 수락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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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가 정상회담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45분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 특사단이 8일(현지시각) 미국에 도착하기 전, 미국 쪽은 정보 계통을 통해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초청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트럼프는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화로 호출해 논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틸러슨에게 그 초청을 수락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에 없이 집무실로 특사단을 불렀고,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쪽 설명을 듣던 트럼프 대통령은 ”알았다, 알았다. 북한에 ”그(김정은 위원장)에게 ‘예스’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주미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 쳐다봤다.
동석한 미국 관리들에게도 충격이었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내가 하겠어, 내가 하겠어”라며 일축했다.
트럼프는 이 결정을 한국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한국 특사단이 회담 성사를 발표함으로써 이 사안이 중간에 유출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놀란 정 실장은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의 사무실로 쫓아가 미국 관리들과 함께 발표문을 다듬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외국 관리가 백악관 연단에서 발표를 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고, 대신 백악관 진입로를 발표장으로 제안했다.
정 실장이 발표를 하려고 진입로로 걸어갈 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했다. 미국 의회 지도자,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관료들은 정 실장이 발표를 하자 비로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게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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