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11 16:47
수정 : 2018.03.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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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서훈 국정원장(왼쪽), 조윤제 주미대사(오른쪽)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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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계자, 특파원 간담회서
“정상회담 성사 신뢰 구축 일환
비핵화 넘어선 포괄적 내용…”
트럼프, 매우 긍정적 반응 보여
북 특사·고위급 미국 방문 관측
김여정 파견 검토설 보도되기도
억류 미국인 석방은 예정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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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서훈 국정원장(왼쪽), 조윤제 주미대사(오른쪽)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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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북 특별사절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제안 이외에도 또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도중 밝히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는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국에 전달해 달라고 한 메시지가 있었다”면서도 “정상 간에 주고받은 것을 다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신뢰구축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비핵화와 관련한 사안이냐’는 질문에는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가 진정성있다고 본 것과 관련이 있느냐’는 후속 질문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이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정 실장이 지난 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북-미 정상회담 제안 △비핵화 용의 △핵·미사일 실험 자제 △정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해 등 크게 4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내용들이 모두 굵직해, ‘별도 메시지’에도 파격적인 제안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밝힌 △신뢰구축의 일환 △포괄적인 내용 △비핵화 진정성과는 무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 등 4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메시지는 ‘북한의 특사나 고위급 인물의 방미’ 정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고위급 방문 정도로 보인다”며 “어차피 정상회담 의제 등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특사나 고위급 인물의 방미를 제안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을 방문하는 특사나 고위급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정상회담 제안 못지 않은 폭발력을 가져올 수 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일 익명의 한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김 위원장이 전한 별도 메시지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미국인 3명 석방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부국(CIA) 국장이 이를 위해 평양을 방문할 것이고, 이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북한의 대미 특사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형식을 띨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가 별도 메시지가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밝힌 것에 비춰보면, 미국인 석방은 너무 구체적인 현안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의향을 내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깊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특사단이 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향만을 듣고 즉석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데는 또다른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 미군 주둔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 미군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92년 김용순 노동당 국제비서를 미국에 보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 수교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볼 때 조선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보협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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