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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4 11:23 수정 : 2018.03.24 22:05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박병수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suh@hani.co.kr

2010년 11월 당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영변 경수로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영변에 건설한 경수로 발전소의 가동이 임박했거나 사전 시험가동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가 앞으로 북-미 간 북핵 협상에 새 변수가 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안보·군사 관련 매체인 <제인스 정보 리뷰>는 최근 상업용 위성 자료를 근거로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ELWR)가 지역 전력망을 연결하고 사전 시험가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엔 북한 전문 누리집 <38 노스>가 지난해 말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가 전력망 연결, 내부 장치 설치, 냉각수 공급을 위한 준비작업을 모두 마무리해 가동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전력난 해소를 명분으로 경수로 건설을 추진해온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1986년부터 평북 영변에서 5㎿(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해왔으나, 이는 흑연감속로다. 경수로는 감속재로 물(경수)을 쓰는 원자로로, 흑연감속로보다 효율성에서 앞선다. 남한의 원전도 경주 월성의 중수로 4기를 빼곤 모두 경수로다.

북한은 경수로 건설에 옛소련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의 경수로 열망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이어졌다. 북한은 핵 동결의 대가로 경수로 제공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함남 신포에 1000㎿ 경수로 2기 건설이 추진됐으나, 2002년 10월 제네바 합의 붕괴로 중단됐다.

북한이 최근 시험가동한 경수로는 자체 기술로 건설한, 열출력 100㎿(전기출력 25~30㎿) 규모의 실험용 경수로다. 이 정도면 영변 주변 소도시의 불을 밝힐 수 있는 규모라고 <제인스 정보 리뷰>가 밝혔다. 북한은 이후 미국이 지원을 거부하자 2009년 4월 자체 기술로 경수로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듬해인 2010년 11월엔 미국의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가 영변을 방문해 실험용 경수로의 기반 공사를 목격했다. 당시 북한 관계자는 헤커에게 2010년 7월31일 건설공사가 시작됐으며, 완공되면 농축도 3.5%인 이산화우라늄을 연료로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경수로가 제대로 가동될지 속단하긴 이르다. 북한은 애초 경수로 가동 시점을 2012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기까지 6년이나 지연됐다. 기술적 난관이 만만찮았음을 방증한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부정적이었다. 2005년 9월 6자회담 9·19 공동성명 합의 당시에도 끝까지 진통을 겪은 대목이 경수로였다. 북한이 ‘경수로 제공’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강력 반대했다. 결국 6자는 북한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다른 나라들이 이를 “존중”했으며,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하는 절충안으로 우회했다.

미국의 반대는 경수로의 사용후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임 브라운 스탠퍼드대 교수 등은 2016년 5월 공동 논문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의 핵시설’에서 “북한의 100㎿ 실험용 경수로가 완공되면 1년에 사용후연료 1t, 플루토늄 10~15㎏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수로는 우라늄 농축과도 연결된다. 북한은 2010년 11월 헤커에게 원심분리기 2000기를 공개하면서 경수로에 장착할 저농축 우라늄 생산용이라고 주장했다. 헤커는 이들 시설이 1년에 저농축 우라늄 2t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수로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실도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경수로에 어떤 입장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 경수로 제공에 완강하게 반대했던 ‘네오콘’ 존 볼턴의 새 백악관 안보보좌관 임명은 시사적이다. 북한도 이제 와서 경수로를 포기할 것 같진 않다.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할 경우 경수로 가동을 막을 국제법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그렇다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공언한 미국이 북한의 경수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아래 두는 정도로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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