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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2 15:51 수정 : 2018.04.02 17:27

남쪽 취재진, 1일 예술단 평양 공연 입장 못해
이유는 경호원들 사이 의사소통 문제
김 부위원장,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일 남쪽 예술단의 평양 공연 취재진을 만나 “(남쪽 예술단이 1일) 첫 공연을 했는데 기자들의 취재활동에서 많은 제한을 받아 불편하다고 전해들었다”며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왜 남쪽 기자들에게 사과한 것일까.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남쪽 취재진의 숙소인 고려호텔을 찾아왔다. 그는 “남쪽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기자들에게 듣고 싶어서 왔다. 혹시 어떤 불편한 점이 있어서 마음이내려가지 않았는지…”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을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한 바 있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에 걸쳐 신임을 받는 핵심 실세다.

■ 남쪽 예술단 평양공연 현장에 못 들어간 남쪽 취재진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한겨레> 자료사진
남쪽 예술단 취재를 위해 출연진과 함께 31일 평양을 방문한 기자단은 정작 1일 평양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사안의 전말은 이랬다. 애초 남쪽 예술단의 공연은 오후 5시(평양시각)부터 열릴 예정이었지만, 북쪽 요청에 의해 7시로 늦춰졌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북쪽 요청으로 6시로 당겨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는 공연장에 6시10분께 깜짝 등장했고, 실제 공연은 6시20분께 시작됐다.

실제 공연 시각이 두차례 바뀌었던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초청받은 입장에서 초청한 쪽(북한)의 경호, 의전, 관례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했다”며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부부의 동선을 고려한 시간 변경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공연장 대기실 쪽 복도에 대기 중이던 기자단은 뒤늦게 공연이 시작된 사실을 무대 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통해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공연장 2층 귀빈석에 자리를 잡은 뒤였다. 기자단은 뒤늦게라도 무대 쪽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북쪽 안내원들이 “아직 (남북) 연락관끼리 합의가 안 됐다”며 입장을 제지했다. 현장에서 취재를 맡은 기자는 공연을 취재하기로 한 기자단이 취재를 제지당하는 데 대해 항의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했다. 한 기자는 “1시간 가까이 ‘아직 연락이 안 왔느냐’며 기대를 버리지 않고 기다렸는데 (김 위원장이 등장한) 공연장 상황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평양/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이유는 경호원들 간 의사소통 문제 때문?

평양 현지에 함께 간 정부지원단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1일 공연 현장에서 남쪽 기자단이 취재에 제약을 받은 이유는 현장 경호원들끼리 의사소통이 잘못된 탓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을 보호하는 경호원들은 기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1층 경호상황실에 “2층 귀빈석 쪽으로 기자단을 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했는데, 상황실에 있던 경호원들이 이를 공연장 출입 자체를 통제하라는 말로 이해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 파견된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한때 출입통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북쪽이 계속 우리에게 해명, 사과하는 건 행사를 조직하는 라인에서 한 게 아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위하는 경호 라인에서 하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빠르게 해명하고 사과를 했다”며 “자신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빠른 시간 안에 주겠다. 책임지고 모든 것을 협조하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남쪽 기자단에게 사과한 김영철, “취재활동 제약은 잘못된 일” 이날 김영철 부위원장은 “원래 남쪽에서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정말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 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취재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제가 먼저 북쪽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다만 이해할 문제가 있다. 어제 행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다. 행사에서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주는 분들과 공연 조직하는 분들이 협동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북쪽 안내원이 기자단의 취재를 제한한 사실이 서울에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때문에 취재를 막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의도적으로 취재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거나 의도적으로 촬영 같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김 부위원장은 “촬영하는 기자들로서는 참으로 섭섭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다음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며 “관람을 (직접) 보면서 글을 쓰면 글이 살텐데 (북쪽이) 확실히 잘 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북쪽 언론의 취재 사진을 남쪽 언론에 공유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물론 김 위원장 부부의 공연 관람 사진 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미 공개 돼 남쪽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된 상태다.

이에 남쪽 언론이 대동강에 핀 개나리 모습 등 평양 봄 풍경 취재를 요청하자 이 자리에 함께 한 북쪽 당국자는 “실무 불찰로 (요청이) 제기된 만큼 기자들의 마음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견지에서 일정을 조정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새벽에 산보를 했더니 아직 이르다”며 “개나리가 아직 피기 전이라 완연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남쪽 기자단의 평양 봄 풍경 취재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사회를 맡은 소녀시대 서현이 리허설에 참여하고 있다. 평양/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남쪽 취재진은 무대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리허설을 통해 파악한 무대 상황과 무대 현장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공연 종료 뒤 출연진 인터뷰 등을 통해 서울에 보낼 ‘풀 기사’를 작성했다. 평양 공연 취재를 비롯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정상회담 등 모든 언론이 한 자리에 모여 취재를 하기 어려울 때 보통 기자들은 ‘풀(pool)’을 구성한 뒤, 담당 기자들이 풀 기사, 곧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관례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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