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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8 21:38 수정 : 2018.04.18 22:19

이장희 외대 명예교수

이장희 외대 명예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냉전의 빙하를 무너뜨릴 수 있는 평화의 봄이 오고 있다. 그 출발이 될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초점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간단하지 않다. 비핵화는 국제체제 그리고 핵 독점국의 패권주의와 직접 연관돼 있다. 평화체제는 북-미 적대관계 종식 및 북한의 체제 존립에 직결된 문제다. 정상회담에서 양자를 일괄타결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 이행은 국내적, 양자간, 다자적 제도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남북, 북-미 양자 간에는 ‘평화공존의 제도화’ 문제이고, 남·북·미 각자에겐 ‘국내법화 조치의 문제’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그 실행을 담보하는 ‘다자안보협력기구’의 설치 문제가 될 것이다. ‘평화체제’(peace regime)는 이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묶은 것이다. 또한 평화체제는 단순히 전시상태의 법적 종결 및 군사적 신뢰구축을 포함한 평화조약(peace treaty)(평화의정서)을 넘어서 이것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다자간 안전보장장치(평화보장 문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요약하면, 평화체제는 법적으로 전시상태의 평시상태로의 전환 및 군사적 신뢰구축 장치를 포함하는 ‘평화의정서’와 이것의 실천을 담보하는 ‘평화보장 문서’까지를 포함한다.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에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요구하고, 북한은 미국 쪽에 적대관계 종식에 기초한 역시 불가역적인 평화체제(CVIG)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일단 큰 틀에 일괄 합의하고, 실무회담에서 이를 단계적 점진적 국내법적인 이행조치로 연결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과정은 남북이 중심이 되고 미국 혹은 중국 주변국의 협조와 보장(2+2)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1991년 12월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에 입각한 평화체제로 가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다고 본다. 남북은 이 5조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현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중요한 남북기본합의서는 국내적 실효성을 부여하는 절차인 국회의 비준동의를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북쪽은 국내적 효력 부여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평화조약’보다는 포괄적인 ‘평화체제’가 바람직

앞서 평화체제를 언급했지만 분단국의 특성상 한반도에는 국제법상의 평화조약(peace treaty)보다는 포괄적인 평화체제(peace regime)가 더 적합하다. 왜냐하면 국제법상 평화조약은 최소한 전쟁 종식, 관계 정상화, 전시 중 문제 해결(경계선 획정, 포로, 전범 등)이라는 3가지 요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65년 이상 전쟁과 분단 체제를 겪어온 남북한은 첫째, 둘째는 합의할 수 있어도 과연 세번째 무력충돌 중 야기된 문제, 특히 영토 획정, 전범 처벌 등 예민한 문제를 합의할 수 있을지가 극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재론할 경우 또 다른 전쟁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통적 평화조약보다 전쟁 종식, 관계 정상화가 포함되는 법적 측면과 군사적 신뢰구축 장치 측면, 국제정치적 측면이라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한 평화체제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해 우선 법적 측면에서는 전쟁 종식 명시와 관계 정상화의 법적 문서를, 군사적 측면에서는 군사적 신뢰구축 담보를 규정한 비무장지대 평화관리위원회 설치를, 그리고 상기 두 요소의 실천성을 담보하는 국제적 보장 기구(‘다자간 평화안보회의’)를 포함하는 평화체제가 더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역사적 경험상 평화조약이라는 문서만으로는 평화가 보장되지 못한 사례를 수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남북기본합의서 5조에 근거한 평화의정서 체결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남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에 근거해 이를 이행하는 ‘평화의정서’를 체결하고 이를 가능한 소수의 주변 이해국에 의해 국제적으로 보장받는 ‘평화보장 문서’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남북 사이의 이 ‘평화의정서’에는 전시상태의 법적 종결, 모든 분야에서의 관계 정상화, 분단과정의 평화적 관리가 담겨야 할 것이다. 또 이 두 문서는 당사국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는 남한 및 미국의 정부가 바뀌더라도 법제도화로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체제를 뒷받침할 3대 기구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기존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MDL)은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 불가침 경계선’으로, 군사정전위원회는 기본합의서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로 대체하며, 중립국감시위원회는 ‘한반도 평화관리 국제위원회’ 신설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화체제는 평화통일 로드맵으로 설정된 ‘화해협력-평화공존(평화체제)-남북연합(낮은 단계의 연방제)-1민족 1국가’의 두번째 단계를 완성시켜 줌과 동시에 평화공존의 제도화 및 국내법화를 위한 출발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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