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0 17:29
수정 : 2018.04.20 19:53
북-미 정상회담 한달 남짓 남았는데 장소 미정
외신들 “회담 장소가 최대 난관으로 떠올라”
북, 평양 선호…미 “안전 보장 못해서 안 돼”
판문점은 4·27 남북정상회담 장소라 선택 안 할 듯
‘아시아의 스위스’ 자처 몽골도 후보지로
스웨덴·스위스는 북한과 거리 멀어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고, 양쪽 다 잘 준비돼 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만난단 말인가?”
북-미 정상회담이 불과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뉴욕 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19일(현지시각) “회담 장소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북한의 현직 지도자가 최초로 대좌하는 ‘세기의 회담’을 어디서 개최할지 여태 결정되지 않아서 회담 날짜와 의전, 경호 문제 등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회담 장소를 조율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장소에 대해 북한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미국 매체들이 정부 관리 등을 인용해 언급한 장소는 평양과 워싱턴을 시작으로 판문점, 베이징, 몽골, 싱가폴, 스위스 등 무려 10여곳에 이른다. 이들 각각은 회담 장소로 선정될 만한 이유들도 뚜렷하고, 되지 못할 그럴싸한 사정들도 갖추고 있다. 결국 직접 마주앉을 두 지도자, 특히 상대적으로 이동에서 재량 폭이 넓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문제다.
■평양·판문점·미국은 배제? 실무적으로 고려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외교 관계나 친숙함이 있어야 한다. 둘째, 김 위원장이 차량이나 특별열차, 또는 전용기 ‘참매 1호’로 닿을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북한은 평양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통령이 적성국 수도를 최초로 방문한다는 상징성이 크다. 판문점도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면서도 안전이 통제되는 곳이라는 점, 두 지도자가 각각 서울과 평양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출퇴근 회담’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시엔엔>(CNN)은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 문제 때문에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익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판문점은 남북 정상회담 장소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뒤일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1976년 ‘도끼 만행사건’의 무대라는 점에서도 미국이 꺼릴 수 있다.
하지만 평양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깜짝쇼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면 평양 개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양으로 정해진다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확실한 선물’을 사전접촉을 통해 제공했다는 의미가 된다.
워싱턴이나 괌, 하와이 등 미국 영토는 일찌감치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회담 장소로 5곳을 고려한다면서도 “(미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까지 이동하려면 정치적 부담 뿐만 아니라, 전용기에 중간급유를 하거나 다른 대형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물리적 부담이 따른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 가능성에 대해 <뉴욕 타임스>에 “김 위원장이 다른 비행기를 빌려야 할텐데? 그게 어떻게 보이겠냐”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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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미국 대통령도서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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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가능성? 평양 개최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교착상태를 못 벗어나면서 제3국으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으면서도 김 위원장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중국 베이징과 몽골 울란바토르를 비롯해,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타이 등 동남아 국가들도 거론된다. 하지만 베이징은 갈등을 빚는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부 언론은 배제됐다고 했지만,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얘기도 이어진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나 전용기로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몽골은 2012년 비핵지대로 인정받아 북-미가 비핵화를 논의하기에도 맞춤하다.
스위스나 스웨덴도 꼽힌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무대다. 김 위원장이 학교를 다녀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또 제네바에 유엔(UN) 유럽본부가 자리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사전 준비와 경호 등에서 비교적 거부감이 덜할 수 있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미국의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등 북한과 밀접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북한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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