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7 11:51
수정 : 2018.04.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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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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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정상회담 시작하며 합의 도출·이행 강조
1·2차 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모습…“평화”와 “공동번영” 목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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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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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10시15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시작된 ‘2018 남북정상회담’의 첫 장면을 세계 언론에 공개했다. 1·2차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태도이자, 회담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두 정상은 11년의 허송세월을 아쉬워했다. 김 위원장은 짧은 머리발언에서 ‘11년’을 세차례나 언급했다. 그 가운데 두 차례는 “잃어버린 11년”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11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 오늘 충분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2007년 10월 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가 갈등과 충돌의 악화일로를 걸어온 데 대한 회한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합의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오히려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며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그런 결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과 북 모두 합의하면 최선을 다해 이행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다짐이자 주문이다.
두 정상은 남과 북이 지향해야 할 궁극의 목적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했다. 김 위원장은 “평화번영의 북남관계”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은 “평화”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라며, “우리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산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판문점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잉태하자는 비유다. 다만 문 대통령은 “궁극의 목적은 공동번영”(19일 언론사 사장단 청와대 초청 오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26일 마지막 언론 브리핑에서 “평화와 번영을 기원”한다고 밝혀, 두 정상이 남과 북의 ‘평화와 번영’을 시야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것임을 명확히 했다.
두 정상은 이런 목표·목적 공유를 전제로, 11년 만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다짐과 바라는 바를 진솔하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상황을 만들어낸 우리 김 위원장의 용단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늘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크게 하자”고 추임새를 넣었다. 김 위원장은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정상은 합의 도출 의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에 이르러 우리 온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한테 큰 성의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현안 문제들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두 정상은 실무책임자들이 미리 조율한 이번 회담의 3대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관련해 언론 앞에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회담의 목표에 대한 인식, 회담에 임하는 태도, 1·2차 정상회담 뒤 지난 11년간 역진한 남북관계에 대한 성찰 등에서 상당한 공동 기반 위에 있음을 드러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두 정상의 대화와 협상, 담판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 집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정한 이번 회담의 공식 슬로건 “평화, 새로운 출발”과 인식이 다르지 않다. 갈등과 대립·충돌로 점철된, 가다 서다 후진하기를 되풀이해온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와 다른 관계의 도약대를 이번 회담에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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