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수석이 전한 남북 정상 대화내용
김 위원장 북쪽 도로 교통 불편함 솔직하게 인정
“우리 교통 불편…준비해서 오시면 편히 모시겠다”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김경호 선임기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27일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여준 모습은 ‘솔직함’ 그 자체였다.
27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마련된 브리핑실에서 정오 브리핑을 진행하며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윤 수석의 말을 들어보면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상당히 솔직한 발언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먼저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22일 오후 북한 황해북도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전복돼 중국인 32명과 북한 주민 4명이 숨지고, 중국인 2명이 중상을 입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최근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며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평창겨울올림픽 기간 남쪽을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방남 인사들을 통해 들은 남쪽의 교통 발전 상황을 칭찬하면서도 도로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평양 상황을 지적하며 문 대통령을 모시기 부끄럽다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앉아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한편,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오면서 보니 실향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탈북자, 접경 지역 주민의 불안한 심정을 헤아리는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북한 언론이 탈북자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특히 이들에 대해 언급하고, 이들의 걱정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김 위원장의 성격이 상당히 솔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이 특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이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올까 불안해 한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도 의미가 있다. 현재 남북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월5∼6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한 내용을 전하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향후 남쪽을 향해 도발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도 향후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가기보다는 현재 화해 국면을 유지하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영상] 문 대통령·김 위원장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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