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7 16:47
수정 : 2018.04.2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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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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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이행 의지 강조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어지는 ‘탈냉전’ 기회
수구 세력 방해로 무산되지 않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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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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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속도”를 유독 강조했다. 11년 만에 만개한 “한반도의 봄”을 남과 북의 공조로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을의 결실을 거두자는 포괄적 다짐이자, 1·2차 정상회담이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 열려 합의 이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선례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현실적 필요’에 따른 것이다.
남과 북 두 정상의 이런 ‘속도’ 강조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아울러 ‘(합의의) 이행 제도화’와 관련한 합의가 이번 회담 결과에 담기리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먼저 운을 뗀 쪽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며 “잃어버린 11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며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 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받았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제안했다. ‘만리마 속도전’은 ‘마식령속도’와 함께, 김정은 시대 북한의 사업 작풍을 지칭하는 대표적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임종석 비서실장이 ‘속도’ 대화와 관련해 거들고 나섰다. 임 실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짚었다. 정전 65년,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순차 진행될 ‘한반도 탈냉전’의 다시 없을 역사적 기회를, 안팎의 냉전적 기득권세력이 반격·방해할 빌미를 주지 않도록 속도를 내자는 절박한 주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거듭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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