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7 17:35
수정 : 2018.04.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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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무려 1시간 동안 단 둘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의 대형 스크린에 두 정상의 대화 모습이 생중계되는 모습.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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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다리 산책하며 진지한 대화…전세계 생중계
비핵화 및 트럼프 설득 방법 등 ‘진짜 대화’ 나눴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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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무려 1시간 동안 단 둘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의 대형 스크린에 두 정상의 대화 모습이 생중계되는 모습.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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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배석자 없이 40분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공개 밀담’을 했다. 외교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기한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두 정상은 이날 각자 오찬을 마친 뒤 오후 4시15분께 다시 만나 남쪽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공동 기념식수와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4시36분께부터 수행원이 전혀 붙지 않은 채 단 둘이서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했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생중계된 화면으로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았으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전세계에 그대로 전달됐다. 산책 초반에는 주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설득하며 대화를 주도하고 김 위원장은 신중하게 듣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4시42분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장소에 마련된 의자에 마주 앉아 더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자리에 앉자 김 위원장은 근접 촬영을 위해 따라붙은 북쪽 기자들에게 ‘잠시 비켜달라’는 듯 손짓을 해 주변을 모두 물리쳤다.
두 사람이 앉아 대화하는 모습은 멀리 떨어진 카메라에 잡혀 생중계됐다. 앉은 자리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진지한 대화를 비슷한 분량으로 서로 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이 말할 때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미소 짓는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은 5시12분께 테이블 대화를 마치고 일어섰다. 무려 30분간 테이블 밀담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걸어 5시16분 다른 수행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점에 닿은 뒤,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했다. 왕복 산책과 테이블 대화까지 모두 40분 동안 ‘둘 만의 공개 밀담’을 한 것이다.
공식수행원이나 참모 없이 오로지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전세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대화를 마치고 일어설 때 두 사람의 표정은 만족스러운 듯 하면서도 상기된 분위기도 엿보여, 밀담이 매우 격정적으로 진행됐음을 유추하게 했다. 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행할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의제들은 남북정상회담 뒤 6월께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결실을 맺어야 하는 만큼, 두 사람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어떤 합의를 어떻게 이뤄낼지를 놓고 서로 속내를 드러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전례 없이 배석자 없는 대담을 무려 40분이나 한 점, 그리고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하도록 허용한 것은 두 지도자가 그동안 특사들의 교차 방북과 물밑 접촉 등을 통해 깊은 신뢰를 쌓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산책 대화 장면이 4·27 정상회담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핵심적인 대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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