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화법으로 잘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과, 화통한 화법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정상이지만 ‘평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눈앞에 둔 만큼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두 정상의 판문점 선언 발표와 영상,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 등으로 전달된 두 정상의 환담 내용을 대화록으로 재구성했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첫인사 김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문 대통령 예, 어서 오세요.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김 위원장 뭐,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렇게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 주시니 정말 감동스럽습니다.
문 대통령 여기까지 온 건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아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 반갑습니다.
문 대통령 이쪽으로 오실까요? (김 위원장,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이동)
문 대통령 (김 위원장께선) 남측으로 오셨는데 저는 언제쯤 (북쪽으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김 위원장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두 정상, 군사분계선 넘었다가 다시 건너옴)
#의장대 사열 전후 문 대통령 외국(손님들)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습니다. 청와대로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
#평화의집 환담장 문 대통령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김 위원장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습니다.
문 대통령 저는 불과 52㎞ 떨어져 있어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김 위원장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엔에스시(NSC,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웃음)
문 대통령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습니다.
김 위원장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불과 200미터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습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님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습니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 저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습니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합니다. 남측의 이런 환영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문 대통령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습니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습니다.
김 위원장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습니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합니다.
#정상회담 오전 회동 머리발언 김 위원장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에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얘기하는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이게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웃음)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문 대통령 오늘 우리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아주 화창합니다. 우리 한반도에 봄이 한창입니다.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 판문점에 쏠려 있습니다.
우리 오늘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만큼 10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 오늘 충분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동 웃음)
#정상회담 오전 회동 마무리발언 김 위원장 내가 말씀드리자면 고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제가 오늘 내려와 보니까 이제 오시면 이제 공항에서 영접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될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웃음)
김 위원장 (웃음)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지요.
문 대통령 오늘 아주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된 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이 조금이나마 기대에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 대통령 오후에 식수 행사 하고, 짧은 시간이어도 대화할 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후에 뵙겠습니다.
#오후 소떼길에 공동기념식수 김 위원장 어렵게 찾아온 북과 남의 새봄을 소중히 하고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 소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심은 것이다.
김 위원장 표지석 문구가 아주 훌륭합니다. (표지석 문구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로 문 대통령이 고안한 것이다.)
#도보다리에서 배석 없이 공개 밀담
수행원 없이 도보다리까지 산책한 뒤 두 정상은 약 4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말할 때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김 위원장이 발언할 때는 문 대통령이 안경을 올리는 등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발표 문 대통령 존경하는 남과 북의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평화를 바라는 8천만 겨레의 염원으로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 (중략)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 전화를 통해 수시로 논의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 가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지금까지 정상회담 후 북측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세계의 언론 앞에 서서 공동 발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인 것으로 압니다. 대담하고 용기있는 결정 내려준 김정은 위원장에 박수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김 위원장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분열의 비극과 통일의 열망이 동결돼 있는 이곳 판문점에서 역사적 책임 사명감을 안고 첫 회담을 가졌습니다. (중략)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상봉 간절히 바라고 열렬히 지지해준 북남 온겨레의 소망과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북남 인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문제 해결 위해 많은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온 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나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하고 실천적 대책에 합의했습니다. (중략) 판문점 선언이 지금 우리의 회담 결과를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여러분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새 희망 기쁨 주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찬 문 대통령 역사적 사명감으로 우리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매우 보람있는 하루였습니다. 북측 속담에 ‘한 가마 먹은 사람이 한 울음 운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찾아준 손님에게 따듯한 밥 한끼 대접해야 마음이 놓이는 민족입니다. 오늘 귀한 손님들과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나누고 귀중한 합의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하게 돼 기쁩니다.
오늘 회담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주신 남북 관계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하나의 봄을 기다려 오신 남북 8천만 겨레 모두 고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 전화로 대화하고 의논하며 믿음을 키워 나갈 것입니다. 북측에서는 건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위하여’라고 하겠습니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김 위원장 오늘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역사적인 상봉을, 그것도 분단을 상징하는 여기 판문점에서 진행하고, 짧은 하루였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습니다. 오늘의 이 소중한 결실은 온 겨레에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많은 고심 속에 검토하시는 문 대통령님, 그리고 김정숙 여사님, 남측의 여러분들, 그리고 여기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건강을 위해서 잔을 들 것을 제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엄지원 이정훈 기자 umkija@hani.co.kr[영상] 2018 남북정상회담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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