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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27 22:55 수정 : 2018.04.28 15:53

정도상 소설가

정도상 소설가
“정말 마음에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런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처럼 지난 며칠 동안 내 마음도 설렘이 그치지 않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에 사는 친구는 교민들이 동네 술집에 모여 정상회담을 함께 시청한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도 ‘설렌다’고 말했다. 마음이 설렌 사람들이 어찌 김정은 위원장 한 분뿐이랴. 문재인 대통령도 마음이 설?? 것이고, 이 땅 한반도에 탯줄을 묻은 우리 민족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마음에 설렘’이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 문 대통령이 덕담을 건넸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말하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훌쩍 군사분계선을 밟고 북측으로 넘어갔다. 그 짧은 순간에 두 분 정상은 남북을 왕래하는 신기술을 보여주었다.

두 분 정상의 첫 만남을 회의실에 모여 시청하던 직원들 사이에서 “아~” 하는 짧은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훌쩍거리며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우리 모두는 감격 속에서 실시간으로 맞이하였다.

두 분 정상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역사를 출발시키고자 하는 어떤 의지를 읽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위대함도 함께 느꼈다. ‘묵은 체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개혁할 것, 엄격한 동시에 정중하고 관대하며 대범하게 행동하는’(마키아벨리) 지도자만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고, 출발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 묵은 체제는 분단체제이다. 분단체제를 통일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결단과 창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단과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 캐릭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4·27 정상회담은 결단과 창조성의 회담이며 동시에 캐릭터의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라면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두고 검토하고 결정하는 데에만 거의 일 년을 허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불과 45분 만에 결정했다. 캐릭터가 역사를 바꾸는 순간은 그렇게 온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서 지도자의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문 대통령은 겸손한 상생의 지도력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강한 의지력,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가는 다정하면서도 섬세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과 정상회담의 공로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돌리면서도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통 큰 리더십과 현상의 타파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 세부를 놓치지 않는 위트와 유머의 캐릭터로 이 국면을 이끌고 있다.

통일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풍경이다. 이미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풍경이다. 오늘 우리는 지도자의 캐릭터가 어떻게 풍경을 디자인하는지 보았다. 이제 회담이 끝나면 역사의 풍경을 완성시키기 위해 당국을 비롯한 남북의 민간이 나서게 될 것이다. 두 분 정상이 풍경을 디자인했으니 그 세부를 채우는 것은 민족 구성원 개개인들의 몫이다. 마음의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두 분 정상께 고마움을 전한다.

정도상/소설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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