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30 23:02
수정 : 2018.05.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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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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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판문점 회담’ 가시권
한반도 분단·화해 상징성 크고
서울과 평양서 차량 이동 쉬워
문 대통령과 28일 전화 통화서
회담 후보지로 의견 주고받아
성공적 남북회담도 확신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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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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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 장소 또한 판문점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이 경우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남·북·미 정상회담이 모두 순차적으로 판문점에서 이뤄질 개연성이 높아,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상징적 작업이 오롯이 한반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장소로 판문점 남쪽 지역인 평화의집 내지 자유의집을 언급한 것은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한 뒤인 30일 아침(현지시각)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 이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두 정상이 2~3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각 장소의 장단점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고, 문 대통령이 먼저 말한 부분도 있다”며 “북한이나 미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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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 장소로 떠오른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쪽 평화의집.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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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를 볼 때, 문 대통령이 통화에서 판문점을 강력히 추천했을 개연성이 짙어 보인다. 또한 ‘깜짝 발표’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후보지 가운데 유독 ‘판문점 평화의집·자유의집’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은 그의 결심이 사실상 이쪽으로 굳은 것이라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판문점 평화의집은 지난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한 곳이며, 자유의집은 평화의집에서 130m 떨어져 있고 군사분계선(MDL)을 중간에 두고 북쪽 판문각과 마주 보는 건물이다. 하나를 선택한다면 시설로 볼 때 평화의집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지난 17일 “(미국이 아닌) 5곳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는 “회담 장소에 관해 두 개 나라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언론 등 외신에서는 싱가포르, 몽골, 스위스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특히 판문점과 관련해서는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이미 주목을 받은데다 미국인들의 아픈 기억인 1976년 ‘도끼 만행 사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장소로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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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3~4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미시간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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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후보지로 직접 운을 뗀 것은 판문점이 갖는 한반도 분단과 화해의 상징성, 두 정상이 각각 서울과 평양(또는 개성)을 베이스캠프 삼아 차량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전세계로 생중계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 장면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판문점이 회담 장소로 불편한 점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흥행 효과를 중시하는 그가 <시엔엔>(CNN) 등 유력 채널들이 하루종일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하는 것을 눈여겨봤을 수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자세히 설명받고 나서 이틀 만에 ‘판문점 회담’을 밝힌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내용 측면에서도 긍정적 확신을 가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5월께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뒤에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도 연내에 추진될 예정이어서, 자연스레 판문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요 작업들이 이어지는 흐름이 잡히게 됐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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