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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2 18:45 수정 : 2018.05.02 19:05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지난가을, 북한 핵 문제로 온 세계가 들썩거릴 때 저는 한국에서 절대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그때만큼 전쟁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든 때는 처음이었고, 여기저기서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해서 더욱 불안했습니다. 베트남의 가족들도 계속 괜찮은지 안부를 물어 와서 곤란했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확실히 찾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은 폭격을 할 것처럼 하던 분위기에서 확 바뀌었습니다. 이제 서로 대화를 이야기하고 실제로 남과 북의 지도자가 만나 평화선언을 하고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도 곧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만나 악수하고 경계선을 넘는 장면은 저 같은 이주민에게도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습니다. 같은 말을 쓰고 문화도 같은 남과 북이 이유야 어찌 됐건 서로 갈라져서 적으로 생각하며 불안하게 살아가는 것은 분명 비극이며 자연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남과 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베트남에 살 때는 사실 두 나라가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베트남어로 ‘주띤’(조선)과 ‘한’(한국)은 전혀 다른 나라인 줄만 알았습니다. 한국에 와서야 사실 한 나라인데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두 개의 나라로 갈라져 전쟁을 했고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분단과 전쟁으로 너무 아픈 삶을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저의 시아버님도 고향이 북한입니다. 잠시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온 것이 가족과 영영 만나지 못하는 이별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시아버님은 50년도 넘게 고향과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다시 고향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시아버님이 살아 계셔서 이런 장면을 보셨다면 아마 펑펑 우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한국 사람들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런 불행을 더 이상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모처럼 찾아온 평화의 분위기가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남이든 북이든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 한국인이든 저 같은 이주민이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이 파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평화는 정말 소중한 것이니까요.

앞으로 남과 북의 대화가 잘 이어지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서로 도우며 한 나라처럼 살 수 있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때가 되면 저도 북한으로 여행도 가고 유명한 평양냉면도 먹어보고 베트남의 친척들에게 제가 살고 있는 한국을 더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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