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2 23:12
수정 : 2018.05.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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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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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문제” 신속히 정리
북미회담 앞 소모적 논쟁에 쐐기
청 “평화협정 뒤에도 주둔 필요”
임종석,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
“대통령 입장과 혼선없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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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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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의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관해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 없는 것”이라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 소모적인 보혁 논쟁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을 전하겠다”며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아침 차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정인 특보는 지난달 30일 발간된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이란 제목의 기고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보수 야권 진영에서 주한미군의 감군이나 철수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므로 문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썼다. 김 대변인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이런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해촉 가능성을 묻는 물음엔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뒤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화협정 뒤에도 동북아의 균형자 구실을 하는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여긴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 입장은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한미군의 위상에 관해 “지금은 대북억제력으로서 존재하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미 수교가 되면 동북아 군비경쟁의 균형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언론사 사장단 오찬에서 “(북한이 비핵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엔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는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든든한 초석이자 미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빠르고 명확하게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한 뜻을 알린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불필요한 혼선이나 논쟁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야말로 유리그릇을 다루거나 지뢰밭이나 얼음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며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이 문제를 두고 보수 쪽을 중심으로 소모적인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여러차례 “국론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판문점 선언에서 보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 문제는 북한이 따질 문제가 아니라 한-미 간의 문제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주한미군을 평화협정의 장애 요인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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