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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0 18:13 수정 : 2018.05.10 23:36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동네는 오가는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성/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르포/접경지에 부는 평화의 바람]
② 동해안 최북단 고성 명파리

피격사건에 관광 끊긴지 10년
휴·폐업 업소 414곳 ‘직격탄’
주민들 ‘언제쯤 열릴까’ 기대속
“관광중심 개발 농민 피해” 우려
‘마식령스키장에 원산특구 연계’
강원도·고성군 새 관광상품 구상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동네는 오가는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성/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닷새째를 맞은 지난 2일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 동안 인적이 끊긴 이 마을은 아직 조용했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에서 문을 연 식당은 1곳뿐이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이경애(54)씨가 “오랜만에 관광객이 왔다”며 반겼다. 식당에 모인 지역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이 언제쯤 다시 시작될지를 두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25년째 기념품을 팔고 있다는 김추순(74)씨는 “남북정상회담을 봤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나이는 어리지만 진솔해 보였다. 북미회담까지 이 분위기가 쭉 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자 명파리 마을엔 햇빛이 들었다. 군사분계선에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명파리 마을은 냉전 시대엔 분단의 상징, 화해 국면엔 평화의 길목이 된다. 주민들은 그때의 기억을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다. 마을 주민 황명자(64)씨는 “그땐 남편이 감자를 캐면 내가 도로에 나와 팔았지. 지금은 농사지어도 팔 곳이 없어”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황씨는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도로에서 감자·옥수수를 팔아서 하루 최고 100만원까지 번 적도 있지 아마”라며 웃음지었다. 다른 주민 조연태(73)씨는 “그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뚝 끊겼어. 재개되면 누구보다 먼저 금강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으로 연간 관광객 4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금강산 관광은 갑자기 중단됐다. 당시 누적 관광객 195만6000여명을 기록했다. 관광 중단으로 고성군은 직격탄을 맞았다. 고성군이 집계한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액만 3616억원이다. 휴·폐업을 한 업소도 명파리와 인근 마을까지 414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둘러본 명파리 마을 가게들은 모두 셔터가 내려진 채 먼지만 두껍게 쌓여 있었다. 한때 관광버스로 붐볐던 주차장엔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 녹슨 표지판만 서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뒤 강원도와 고성군 등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한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다. 강원도는 벌써부터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 원산관광특구를 묶는 관광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강원도 구상대로라면 금강산에서 자연 경관을 감상하고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잘 수 잇게 관광시설을 공동 개발하는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묶어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강원도에서 북한으로 가는 길목도 여러 갈래로 만들어질 수 있다. 도는 고성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기존 육로 관광뿐 아니라 속초항에서 원산항으로 이동하는 해상 관광, 양양공항에서 갈마공항으로 가는 항공 관광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 입장에선 미리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주민 이산(56)씨는 “명파리 일대 땅 70% 정도가 이곳서 살지 않는 외지인 소유다. 땅값만 올려놓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관광 위주 개발은 결국 주민들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석권 명파리 이장도 “통일된 뒤에도 오래 살 수 있는 마을이 되도록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달라”고 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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