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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1 18:19 수정 : 2018.05.11 18:5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확정됐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가 정해짐으로써 북-미 간 협상을 감싸고 있던 불확실성의 안개는 걷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협상의 대원칙이 확립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만한 상황이다. 한 달 뒤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 해체를 담판 짓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회담이 돼야 한다.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낙점된 데엔 북한이나 미국 양쪽에 모두 중립적인 외교무대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북한과 대사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국과는 전통적인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우호적인 장소이고 김 위원장에겐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판문점이나 평양에 비해 상징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기의 담판’을 짓는 데 북-미 모두에 불리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다.

물론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권해온 우리 정부에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개최지가 판문점이었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기도 수월했을뿐더러,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곧바로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평양 개최를 원했던 북한으로서도 싱가포르 타협은 상당히 큰 결단이자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장소가 정해진 만큼 이제는 회담 자체에 집중해야 할 때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가 확정됐다는 것은 회담 의제의 조율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은 장소 발표 뒤 회담의 최우선 과제가 ‘시브이아이디’(CVID) 곧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회담 확정은 이 문제에서 북한의 ‘확실한 양보’를 받아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받았으며 만족스러운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새로운 체제보장 방안이 전달돼 북-미 사이 ‘빅딜’의 밑그림이 완성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북-미 정상 만남이 “큰 성공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제 한 달 뒤 열리는 정상회담장에서 두 사람은 세계인 앞에 ‘빅딜’의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담판의 주역은 북-미 두 정상이지만,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20여일 전인 22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우리 정부는 북-미 사이 ‘구두 계약’이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굳어질 수 있도록 남은 문제들을 조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북-미 회담 직전에 열리는 지(G)7 정상회의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북-미 회담에 대한 서방 선진국들 지지를 모은다면 회담 전망을 더욱 밝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이뤄질 남북 정상 간 첫 통화도 주목된다. 지난번 ‘도보다리 회담’ 때처럼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고민 사항을 잘 듣고 충분한 조언을 해줄 필요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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