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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5 14:03 수정 : 2018.05.25 16:33

24일 취재진에게 공개된 서쪽 4번 갱도의 폭파 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③ 한국기자 편

24일 취재진에게 공개된 서쪽 4번 갱도의 폭파 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곳은 길주재덕역이고 갱도까지 21㎞, 버스를 타고 핵실험장까지 갑니다. 해발고도 1300m 이상으로 건강에 주의해주세요.”

24일 새벽 6시15분, 원산역에서 11시간을 달려 함경북도 길주군 ‘북부핵시험장’ 인근 길주재덕역에 도착했다. 4개국 취재진이 갈마호텔에서 하루를 쉴 때, 베이징에서 북한의 비자발급을 받지 못해 23일 새벽 귀국한 지 꼭 12시간 만에 원산행 비행기를 탔던 남쪽 공동취재단에는 특히 강행군이었다. 북쪽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 2명과 3번 승합차에 타고 다시 1시간, 남쪽 취재단이 북한 핵실험의 상징인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8시19분이었다. 이미 현장에는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20여명의 관계자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 부는 계곡’(풍계리)이라는 이름처럼 계곡을 따라 모래바람이 시시각각 불어왔다.

24일 폭발물이 설치된 3번 갱도 안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북부핵시험장 폐기 의식에 앞서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5개국 취재진에 의식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9년부터 2017년까지 5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 옆에서 강 부소장이 취재진에게 ‘북부시험장 폐기방법과 순차’ 관련 사전 설명을 시작했다. 4개의 갱도를 차례차례 설명했다. 강 부소장은 “숫자 1로 표기한 동쪽 갱도는 2006년에 첫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폐기시켰다”고 했다. 북쪽 2번 갱도는 5차례의 “성과적” 핵실험에도 “현재까지 측정자료에 의하면 방사선물질 유출은 전혀 없으며 주위 생태환경도 아주 깨끗하다”고 말했다. 남쪽 3번 갱도는 두 개의 갱도로 만들어졌으며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갱도라고 설명했다. 강 부소장은 이어 “숫자 4로 표기한 서쪽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놨던 갱도”라면서 “준비 갱도들인 남쪽과 서쪽 갱도들은 이미 진행한 핵실험들에 의해 자그마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쪽은 24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5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2번 갱도를 폭파하기 전에 취재진에게 내부를 공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쪽은 24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5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2번 갱도를 폭파하기 전에 취재진에게 내부를 공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지난달 20일 노동장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이 있은 뒤 ①첫 단계로 모든 실험준비와 공사 즉시 중단 ②실험설비와 케이블류, 정보통신 및 동력계통 실험 수단들을 해체 철수+연구사 철수 ③공기배관, 압축기, 레일, 운반설비 등 공사수단 해체 철수+공사·정비인원 철수까지 세단계에 걸쳐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네번째 단계는 이날 진행될 생도와 지상 건물 폭파라고 설명했다. 강 부소장은 “시험장 폐기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남아있는 인원들을 철수시키고 핵시험장 주위를 완전 폐쇄하는 사업은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결속되게 된다”고 말했다.

24일 5개국 취재진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장면을 보기 위해 관측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취재진은 제공된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2번과 4번 갱도 입구를 둘러봤다. 아치형 철문 안쪽 2번 갱도는 폭 2m, 세로 2.5m로 입구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폭약이 놓여 있었다. 문과 벽 천장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4번 갱도에는 폭약선이 거미줄처럼 쳐 있었다.

2번 갱도 폭파를 보기 위해 취재진은 서쪽산 중턱에 마련된 간이 관측소로 이동했다.

“촬영 준비됐나” “촬영 준비됐다” “주의” “3, 2, 1” 외침과 함께 11시 정각 해발 2205m의 만탑산은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 있는 흙과 부서진 바위 따위가 쏟아져 나왔다. 입구는 4~5m가량 무너졌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총 8개의 폭약을 심었다”고 했다.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와 옆 관측소 건물의 폭파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평양배, 샌드위치, 사과가 든 점심도시락은 오후 폭파가 예정된 군용 막사 옆에서 제공됐다. 막사 처마에 제비집을 발견한 한 기자가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다던데’고 언급하자 북쪽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얘기”라며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엄청 많다”고 자랑했다. <조선중앙티브이> 기자는 개울물 권하기도 했다. 그는 “파는 신덕 샘물은 ph 7.4인데 이 물은 ph 7.15로 마시기 더 좋다. 방사능 오염은 없다”고 말했다.

24일 북한군이 폭발물이 설치된 3번 갱도를 지키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점심 뒤 둘러본 남쪽 3번 갱도 내부는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 있었다. 취재진은 남은 ‘폐기 의식’을 보기 위해 이번에는 4번 갱도와 300m 떨어진 동쪽 산중턱의 관측소에 올랐다. 오후 2시17분 4번 갱도 폭파를 시작으로, 단야장, 생활건물 5개동이 큰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름을 일으키며 내려앉았다. 화강암지대 깊은 곳에 위치한 3번 갱도는 폭파 뒤 30분이 넘도록 돌들이 흘러내렸다. 4시17분 마지막 폭파 뒤 북쪽 관계자들은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6시간에 걸친 폐기 의식이 끝났다.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폭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5개국 취재진이 3번갱도 폭파 장면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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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다시 원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저녁 6시27분. 저녁식사로는 식빵, 빠다(버터), 김치, 게사니향구이, 농어소빵가루튀기(튀김), 삼색랭채, 닭안심찜, 뱀장어구이, 사자완자찜, 송이버섯볶음, 맑은국, 해주비빔밥, 수박, 금은화차가 차려졌다.

취재진이 탄 열차에도 자정 무렵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북쪽 관계자는 ‘트럼프가 회담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웅성였다. 북한이 세계의 눈과 귀를 불러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밤 전해진 이 소식으로 열차 안은 술렁였다. 남쪽 기자가 ‘한반도에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북쪽 관계자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면 그간 진행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아침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원산 갈마호텔에 돌아온 남쪽 취재진이 노트북 컴퓨터를 켜 북-미 회담 관련 기사를 보자 북쪽 관계자들도 모니터 앞에 모여 함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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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화보] 풍계리 취재단이 본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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