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7 20:47
수정 : 2018.05.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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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한달 만에 다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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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각 회담 이모저모
꽉 막힌 휴일 자유로에서도 티 안나
김 “4·27 명장면은 10초 방북”
문 “김 위원장, 한국서 인기 높아져”
서훈·김영철 남북 1명씩 배석
2시간 회담 뒤 3차례 포옹하며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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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한달 만에 다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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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긴급히 열린 만큼 경호와 의전을 과감히 생략한 채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정상회담 뒤 한달 만에 만난 두 정상은 “제대로 모셔야 하는데 잘 못해드려 미안한 마음”(김 위원장), “이렇게 쉽게 깜짝 만났다는 것이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문 대통령)이라는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표시했다.
철통 보안 속에 열린 회담인 만큼, 청와대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경호 방식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공식행사 때 타던 검은색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에스(S) 클래스 대신, 비공식 행사에 주로 활용하던 은색 벤츠 차량을 타고 통일각 정문 앞에 도착했다. 대통령을 경호하는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 4대만 벤츠 앞뒤로 각각 2대씩 배치됐을 뿐이다. 공식행사 때 행렬 앞뒤에서 길을 안내하는 경찰 사이드카도 운행되지 않았다. 경호차량이 ‘기술적’으로 차량 통제에 나선 덕에, 차로 꽉 막힌 휴일 자유로에서도 대통령의 이동 사실은 일반 차량에 묻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쪽은 “경호 규모를 최소화한 암행 경호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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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벤츠 차량을 타고 26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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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통일각 정문에서 미리 기다리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김 부부장은 웃음을 띠며 문 대통령과 악수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번째 만남은 통일각 로비에서 이뤄졌다. 밝은 표정의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북쪽을 찾아온 게 처음이 아니다. 4·27 때도 명장면 중 하나가 10초 동안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깜짝 넘어오신 것 아니냐”며 “좋은 자리에서 제대로 된 운전차량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장소도 그렇고, 비공개 회담을 하니까 잘 못해드려 미안한 마음이다. 가을 초 평양으로 오시면 내외분을 제대로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제대로 대접받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쉽게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남북간 새로운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님은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아졌고, 기대가 높아졌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제안하고 하루 만에 대통령님이 오셨다. 평화적으로 마음이 모아지고,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은 로비에 걸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회담은 통일각 1층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두 정상은 백두산 천지를 담은 6폭의 병풍을 배경으로 한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배석자는 2명이었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김 위원장의 오른쪽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앉았다. 2시간 회담 뒤 마무리 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넘어오셔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각자 책임과 본분을 다해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에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둘 사이에 함께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라도 조-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하겠다”며 ‘북-미’ 대신 북쪽 용어인 ‘조-미’ 정상회담이란 표현을 써 김 위원장을 배려했다.
오후 5시께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북한군 의장대 사열을 하며 통일각 밖으로 나왔다. 두 정상은 헤어지기 전 3차례 어깨를 맞바꿔가며 포옹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동영상으로만 보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더욱 적극적으로 당겨 안는 듯한 모습이었다. 포옹 뒤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누며 작별했다. 성연철 서영지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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