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0 15:38
수정 : 2018.06.20 20:18
<노동신문> 방중기간에 이례적 신속·상세 보도
김 “한 참모부에서 협력” 시진핑 “북중 불패성 과시”
김 위원장, 북중관계를 한미동맹급 발전시키려는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중국 방문 소식을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20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0일치 전체 6개면 가운데 1~4면에 사진 28장을 곁들여 김 위원장의 방중 첫날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중국을 세차례 방문했지만, 방문 일정이 끝나기 전에 북쪽 매체가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 등의 보도에서 특기할 사실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관계를 각별히 강조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회담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연회’의 연설에서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중조 두 당과 나라 관계의 불패성을 전세계에 과시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한 참모부”, 시 주석의 “불패성”은 1~3차 회담을 통털어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중 관계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한 편’이라는 정치적 수사여서다. 실제 북-중 관계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수사는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3월 1차 방중)에서 “친근한 중국 동지들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5월 2차 방중)을 거쳐 “한 참모부”로 강화됐다. 북-중 관계와 관련한 시 주석의 언급도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것”(3월)→“운명공동체, 변함없는 순치의 관계”(5월)→“불패성”으로 변화해왔다.
북-중 관계사에 정통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 관계를 한·미 동맹에 버금가는 굳건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남쪽에 ‘한·미 동맹, 한·중 친선협력 관계’가 있다면, 북쪽은 ‘북·중 준동맹, 북·미 친선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풀이다.(중국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앞서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직후, 북·중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북-중 관계 강화 전략은 비핵화 이후까지 내다본 책략”이라며 “한-미 관계의 거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북-중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한겨레> 5월21일치 26면 참조) 김 위원장이 ‘선의’보다 ‘객관적 역학관계’를 더 믿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로서 ‘가제는 게 편’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조미수뇌상봉 결과와 그에 대한 평가와 견해, 입장을 호상(상호) 통보”하고, △”조선반도 비핵화 해결 전망을 비롯한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일련의 문제들”에 관해 △“유익한 의견 교환이 진행되었으며 논의된 문제들에서 공통된 인식을 이룩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적극적이고 진심어린 지지와 훌륭한 방조를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고, 시 주석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조선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에 북한 쪽 배석자는 3월, 5월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셋뿐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화보] 김정은-시진핑 ‘북-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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