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04 14:24
수정 : 2019.02.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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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안 화살머리고지 감시초소(GP)를 찾아 남북 공동 유해발굴 준비 결과를 보고받은 뒤 발굴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철원/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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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위의 유해발굴 관련 제재 면제로
남·북 공동 유해발굴 준비작업 곧 본격 시작
비무장지대에 남·북·미·중 등 병사 유해 많아
공동 발굴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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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안 화살머리고지 감시초소(GP)를 찾아 남북 공동 유해발굴 준비 결과를 보고받은 뒤 발굴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철원/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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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남북 공동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에 필요한 ‘제재 면제’ 결정을 내렸다. 남북 합의 이행에 걸림돌이던 제재 문제가 해결되면서 발굴 작업을 위한 준비작업이 곧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가 최근 유해발굴을 위해 북쪽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는 장비에 대한 제재 면제 조처를 내렸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지난 1월17일 열린 한-미 워킹그룹 화상회의의 결정에 따른 조처다.
이번 제재 면제 결정에 따라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기, 방탄복, 굴착기 등이 북쪽 지역으로 옮겨질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유해 발굴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지난해 9월19일 남과 북이 맺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유해 발굴은 오는 4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화살머리 고지’에서 진행된다. 그 전까지 남북 군 당국은 전사자 유해가 발견됐을 때 이를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남북 감식관이 어디서 어떻게 만나 최초 감식을 할 지, 어떻게 유해를 각자의 지역으로 옮겨갈 것인지 등 유해 발굴과 관련한 세부적인 절차를 정한다. 2월 말까지 남북 각각 80∼100명씩 모두 합해 200여명 규모로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할 예정이고, 대령급을 책임자로 남북 각 5명씩, 모두 10명으로 꾸려진 현장지휘조도 만든다. 남북은 각종 협의를 하기 위한 공동 사무실이나 공동 감식소 등을 만들지 여부 등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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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화살머리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들이 6.25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서 숨진 국군 유해를 발굴하여 수습하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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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 한 해 남북은 시범 지역으로 선정한 화살머리 고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한 뒤, 조만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유해발굴 지역을 추가적으로 정할 계획이다. 남북 군사공동위는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명시됐던 기구로 남북 간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합의 사항을 실천하는 기능을 한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이 합의를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비무장지대에는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국, 중국군 유해도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공동 유해발굴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미 북-미가 지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한국전쟁의 미군 포로, 실종자 유해 발굴 및 송환을 약속한 만큼 남북, 북-미가 유해 발굴을 따로 할 것 없이 함께 하는 방안이 검토될 여지가 있다.
남북은 지난해 9월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비무장지대 안 시범적 공동 유해발굴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비무장지대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남북 군인들의 유해는 아직 수습되지 못한 채 이곳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은 한국전쟁사, 접근성, 전사자 유해 예상 매장 수 등을 고려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시범 발굴 지역으로 정했다.
이 지역에는 한국군 유해(200여구)를 비롯해 미군, 프랑스 전사자 유해 100여구, 북한군, 중공군 유해도 붇혀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한다. 남북은 지난해 10∼11월 비무장지대 안에 묻혀 있던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했다. 지뢰·폭발물 제거 기간 동안 이 일대에서 발견된 유해는 한국군 추정 유해를 포함해 모두 13구(중국군 추정 유해 1구 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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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지난해 11월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 고지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남북 간 군사도로를 연결한 현장에서 남쪽과 북쪽 병력이 인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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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남북은 유해발굴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목적의 12m 폭 도로도 개설했다. 이 도로는 경의선(2003년 10월), 동해선(2004년 12월) 도로 개설 뒤 14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을 잇는 길이 됐다. 특히 한반도의 정 가운데인 철원 지역에 남과 북을 잇는 길이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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