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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7 05:00 수정 : 2018.08.17 08:56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가지 핵심판단 반복될지 주목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심 무죄 선고로 여러 논란을 낳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은, 이제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된다. ‘자유의사’로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의 1심 판단이 뒤집힐지, 또 성폭행 피해자에게 강요되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위력 행사 여부

항소심에서도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성관계 전후 피해자와 안 전 지사의 관계,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자가 보인 반응 등을 근거로 “유·무형의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지금껏 ‘위력에 의한 간음’ 대법원 판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와 권세의 종류, 이전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 등을 나열하면서도 결국 ‘행위자와 피해자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식이었다. 법조계에선 이런 법원의 ‘종합적 판단’이 대체로 자의적이고 소극적인 형태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뒤집어 해석하면 ‘위력의 존재=위력의 행사’라는 판사의 적극적 법 해석이 있다면 ‘유죄’도 가능할 수 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피해자의 임면권을 갖고 있다”는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행사하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논리가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무형의 ‘위력 행사’ 인정될까
“1심선 위력 존재-행사 기계적 분리”
대법 판례는 “여러 상황 종합 판단”
적극 해석 땐 ‘존재=행사’ 유죄 가능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16일 “(1심에서) 위력적 지위와 그 위력의 행사를 떼어서 보는 것 자체가 기계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시도하기 전 “씻고 오라”고 말한 것 자체를 ‘위력 행사’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폭력 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지법 부장판사는 “성인의 경우엔 특별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위력’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위력의 범위가 너무 확대되면 ‘직급 차이’만으로도 모든 성관계가 문제될 수 있다. 경계 판단이 쉽지 않다”고 했다.

■ ‘피해자다움’ 논란

1심 재판부는 처음 ‘성관계’가 이뤄진 “당일 저녁 피해자가 안 전 지사와 와인바에 간 점”,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점” 등을 눈여겨봤다. 반면 “간음 피해를 잊고 수행비서로서 일하려 한 것”이라는 피해자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성폭력 피해자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고통과 분노 등 ‘피해자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논리다.

‘피해자다움’ 또 적용할까
“사후행위로 성폭력 따지는 건 부당”
세세한 지시 따르는 수행비서 업무
전체구도 고려 땐 판단 바뀔 수도

법조계 일부에선 개별적인 사후 행위를 근거로 ‘사전 행위’인 간음의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한다. 한 지법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전체적인 구도를 보느냐, 세밀한 증거를 따져보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인이나 사이비 교주 등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의 성범죄로 본다면 큰 틀에서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피해자가 왜 호텔방에 들어갔는지 등을 따지기 시작하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다움’이 있었는지 주목하지 않고, “맥주를 가져오라”는 도지사의 세세한 지시까지 따라야 하는 ‘수행비서의 처지’를 더 주목한다면 판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형사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1심 무죄 취지는 ‘위력 행사’의 유무가 아니라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동의 간음죄’를 처벌하는 ‘노 민스 노’ 룰이 있었더라도 안 전 지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라고 짚었다.

고한솔 김민경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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